WBC 야구 국가대표팀의 손아섭 (사진 제공=KBO)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누구보다 빠르게 100% 컨디션을 향해 전진하는 선수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KBO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 손아섭이다.
이미 리그에서 인정받는 강타자 중 한명이지만 손아섭은 끊임없이 더 발전하고 싶어한다. 지난 일본 오키나와 훈련 도중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히팅 포인트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가 이순철 대표팀 코치로부터 "네가 2할5푼 치는 타자도 아니고 지금이 좋으니까 유지하는데 신경쓰면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손아섭은 "대표팀에 오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도움을 많이 받는다. 지금은 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대표팀에서의 훈련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 성과는 쿠바와의 국내 평가전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손아섭은 2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두번째 평가전에서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25일 첫번째 평가전에서 쿠바를 상대로 쐐기 솔로홈런을 터트리며 장타력을 뽐냈던 손아섭은 이날 정교한 타격으로 대표팀의 타선을 이끌었다.
손아섭은 2회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때렸고 선두타자로 나선 5회에는 좌중간 방면 안타를 터트렸다. 손아섭은 이용규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대표팀의 첫 득점을 올렸다.
손아섭은 팀이 1-3으로 뒤진 7회 선두타자로 나섰다. 손아섭은 좌중간을 가르는 호쾌한 2루타를 때렸고 그의 장타는 WBC 대표팀의 '빅 이닝'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은 7회에 타자일순하며 대거 6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후속타자 김하성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대타 양의지가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때렸다. 쿠바 유격수 요르단 만둘레이는 공을 잡는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고 이 때문에 2루 악송구를 범했다. 그 사이 손아섭이 홈을 밟았다.
이어 이용규와 박석민이 연속 적시타를 때려 역전에 성공했다. 민병헌은 희생플라이를 날려 추가점을 올렸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손아섭이 타석에 섰다. 7회에만 두번째 타석을 맞이한 손아섭은 깨끗한 좌전안타로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한국은 7회에 5안타 3볼넷과 상채 실책을 묶어 대거 6점을 올려 7-3으로 앞서나갔다. '빅 이닝'의 시작과 끝을 손아섭이 장식했다.
WBC 대표팀은 쿠바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7-6으로 이겼다. 전날 6-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2연승을 질주했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태균과 최형우, 이대호 등 중심타자들은 이날 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대호가 3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총 6타수 무안타를 합작하며 득점 생산에 기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손아섭을 비롯해 이용규, 민병헌 등 주축 외야수들은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손아섭은 잘 맞은 타구를 계속 날렸다. 가벼운 팔꿈치 통증으로 쿠바와의 첫 경기에 결장한 이용규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2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민병헌은 첫날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이날도 대타로 등장해 1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실어줬다.
지금은 대회를 앞둔 타자들이 빠른 공과 변화구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기간이다. 타선을 예열하는 과정에서 이틀동안 13점을 뽑았고 특히 집중타가 터져나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선발투수로 나선 양현종은 3이닝 4피안타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KBO 리그와는 다른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특히 변화구 제구가 안 좋았다.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진 임창민과 박희수에 이어 등판한 롱릴리프 장시환은 2이닝 2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심창민은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원종현은 9회 2사 1루에서 연거푸 장타를 얻어맞고 2실점했으나 역전을 허용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