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차트 개편 첫날, 신곡이 돌연 차트에서 사라지는 피해를 본 걸그룹 러블리즈(사진=황진환 기자)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들이 실시간 차트 운영 기준을 개편한 첫 날인 27일, 가요계는 분주하게 돌아갔다.
이날 멜론, 지니, 벅스 등은 건전한 음원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실시간 차트 운영 기준을 일부 변경했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이후 공개된 음원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치는 다음 날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실시간 차트에 반영되는 것으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매된 음원에 대한 집계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다.
이는 '음원 사재기'를 부추기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0시 음원 발매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열성 팬을 확보한 가수들은 낮보다 이용자 수가 적어 팬덤의 힘만으로도 쉽게 차트에 진입할 수 있는 0시 발매를 선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새벽 시간대에는 부정한 움직임이 일어나도 쉽게 티가 나지 않아 음원 사재기 발생 가능성이 크고, 기술적인 오류가 발생할 경우 빠른 대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에 차트 집계 시간 조정 등에 대한 대책을 추진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고, 음콘협과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은 머리를 맞댄 끝에 개편을 단행했다.
취지와는 별개로 개편 첫날에는 순위에 올라 있던 곡이 실시간 차트에서 사라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26일 밤 10시 정규 2집 '아 유 레디?(R U Ready?)'를 발매한 걸그룹 러블리즈가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러블리즈는 발매 한 시간 뒤인 밤 11시 타이틀곡 '와우!(WoW)'를 19위에 올려놓았는데, 실시간 차트가 개편된 시각인 27일 0시 해당 곡이 차트에서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는 멜론 측의 실수로 드러났다. 실시간 차트 개편 과정에서 일시적 오류가 발생했던 것이다. 러블리즈의 신곡은 1시간 뒤에 다시 차트에 등장했지만, 팬들은 신곡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순간에 큰 피해를 봤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와우!' 작업에 직접 참여한 가수 윤상은 이날 오후 4시 열린 러블리즈 쇼케이스에서 멜론 측의 실수를 재차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러블리즈 멤버들은 "당시에는 레슨을 받는 중이라 (순위 누락 사실을) 전혀 몰랐고, 나중에 전해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
오후 6시에 새 앨범을 공개한 걸그룹 구구단(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가 하면, 걸그룹 구구단은 오후 6시에 두 번째 미니 앨범 '나르시스(Act.2 Narcissus)'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신곡을 당일 실시간 차트에 적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대를 노린 것이다.
오후 6시에 신곡을 발매하는 건 낯선 풍경이다. 통상적으로 음원 공개 시간이 낮 12시와 0시 두 차례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업계 관계자들은 실시간 차트 운영 기준이 변경되면 하교 및 퇴근 시간대 이용자를 공략할 수 있는 오후 6시 발매를 선호하는 가수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오후 6시 발매의 신호탄을 쏜 구구단의 타이틀곡 '나 같은 애 (A Girl Like Me)'는 오후 7시 기준 멜론 실시간 차트에 39위로 진입했다.
컴백 전후로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구구단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오후 6시 발매로도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