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 자율주행 차량 카메라 개발 업체인 모빌아이(Mobileye)를 역대 최고 금액인 135억달러(약 17조 5600억원)에 인수한다.
인텔은 13일(현지시간) 모빌아이를 주당 63.54달러, 총 153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가격은 지난주 마지막 종가보다 34%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카메라 시스템 제조업체인 모빌아이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및 충돌방지시스템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제조 회사인 인텔이 자율주행차 핵심 센서 및 카메라 기술 업체를 인수하면서 자율주행차 시장에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미국 실리콘 밸리의 기업과 전통 자동차 업체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용 카메라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간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PC와 같은 전통적인 컴퓨터 시장의 성장 둔화와 감소세 위협에 직면한 인텔은 최대 경쟁자인 퀄컴과 같은 업체로부터 보다 잠재적으로 유리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주행차 시장 진입에 공을 들여왔다. 배인앤컴퍼니는 무인 자율주행차의 대부분은 안전을 위해 수 초 안에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최신 마이크로 칩을 비롯해 상당한 컴퓨팅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은 디지털 비전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도시의 거리를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칩 시장을 넘어 자사 제품을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 중 자율주행 기술을 원하지만 자체 기술력이 부족하고 구글 자율주행 플랫폼에 의존하고 싶지 않는 자동차 제조사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이 나온다.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치(Brian Krzanich)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독딥적인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 시장에서 규모가 승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30년 동안 개인용 PC 시장을 선도해왔고 수십억 대의 데스크톱 PC 내부 설계를 도맡아왔지만 모바일 시장의 급성장으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개인용 PC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전 세계 인텔 직원의 11%에 달하는 12000명을 해고 했다.
인텔은 여전히 전통적인 컴퓨팅 칩 제조 사업에서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벌고 있지만, 급성장하는 자동차 제조 사업을 포함해 사물인터넷(IoT)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15% 증가한 2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인텔은 앞서 BMW와 델파이 오토모티브와 제휴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스템 진출에 대한 행보를 본격화 한 바 있다. 지난해 자율주행차 기술 업체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 BMW, 폭스바겐 3사가 공동으로 인수한 노키아의 세계적인 초정밀 내비게이션 업체 히어(HERE)의 지분 15%를 확보했다.
가트너(Gartner)의 자동차 분석가인 마틴 버크너는 "이번 계약을 통해 인텔은 자동차 업계의 1단계 파트너가 되었다"면서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나아감에 따라 인텔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공급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규모 인수로 자율주행차 컴퓨팅 시장에서 인텔이 엔비디아와 퀄컴을 앞도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빌아이 주주들과 규제당국의 승인이 남아 있어 최종 인수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텔의 모빌아이에 대한 최종 인수 성사 여부는 무엇보다 모빌아이 공동설립자 겸 CTO인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뇌 및 인지과학 박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슈아 CTO는 "우리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조직이라면 우리가 하고 싶은 협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협업은 이미 깊이 실행되고 있다"고 말해 인텔의 인수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기술 회사들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이는 상황에서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와 같은 빅딜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의 버크너 사장은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실리콘 밸리의 기술 기업들이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평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