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외국인 선수 리쉘이 흥국생명과 치른 챔피언결정전에서 매 경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IBK기업은행의 매디슨 리쉘은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키가 184cm로 가장 작다. 최장신 타비 러브(196cm·흥국생명)와는 12cm나 차이가 난다. 배구라는 종목 특성상 키가 작은 리쉘은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리쉘은 이런 단점을 강력한 하체 근력으로 극복했다. 외국인 선수 중 키는 가장 작지만 서전트 점프는 65cm로 가장 높다. 부족한 높이를 점프로 보완한 리쉘이다. 이정철 감독이 "신장은 작지만 하체 근력 수치는 남자 선수 수준이다"라고 설명할 정도다.
사실 리쉘은 이정철 감독이 최고의 카드로 생각했던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에서 여자부 가운데 가장 늦은 6순위 지명권을 얻은 IBK기업은행에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리쉘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IBK기업은행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리쉘은 정규리그에서 742점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4위에 올랐다. 공격 종합에서는 44.19%의 성공률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강력한 서브도 일품이었다. 세트당 0.257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해 이 부문 4위를 기록했다.
리쉘의 활약은 정규리그로 국한되지 않았다. KGC인삼공사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챔피언결정전을 맞이했지만 그는 전혀 지친 기색 없이 코트를 누볐다.
1차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8득점을 올리고도 팀의 패배로 고개를 떨궜던 리쉘을 2차전에서 제대로 불타올랐다. 33득점 퍼부으면서도 공격 성공률은 52.5%에 달했다.
3차전은 리쉘의 독무대였다. 수비의 부담감을 안고도 무려 42득점을 올렸다. 블로킹도 3개나 잡아냈다. 공격 성공률은 2차전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44.3%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막을 테면 막아봐!'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매디슨 리쉘이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하체 근력으로 약점을 보완해 코트에서 맹위를 떨쳤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수액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설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그였지만 매 경기 제 몫을 해내며 IBK기업은행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리고 안방에서 팀의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운명의 4차전. 리쉘의 어깨는 여전히 뜨거웠다.
리쉘은 30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36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팀에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다.
리쉘은 1세트부터 거침없었다. 49%에 달하는 높은 공격 점유율 기록했지만 46.1%의 성공률로 무려 13득점이나 쓸어담았다. 팀이 올린 점수의 절반 이상을 홀로 책임졌다.
2세트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리쉘은 50%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며 8득점을 올렸다. IBK기업은행은 리쉘의 활약에 힘입어 1~2세트를 내리 따내며 우승에 한 걸을 다가섰다. 흥국생명에 3세트를 내주며 잠시 주춤했지만 4세트에서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리쉘은 팀의 우승과 함께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21표를 받아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차지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작지만 강한 리쉘이 써낸 IBK기업은행의 우승 스토리. 6명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지명 순번은 가장 늦었지만 가장 높은 곳에는 결국 그가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