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김정미가 북한 선수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다. (평양(북한)=사진공동취재단)
7일 한국과 북한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가 열린 북한 평양 김정일경기장. 경기 초반 한국이 실점 위기를 맞았다. 전반 5분 골문 앞에서 볼 경합을 펼치다 북한에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
한국의 수문장 김정미(인천현대제철)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실점하면 초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는 상황. 그러나 북한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정미는 북한의 키커 위정심이 왼쪽으로 낮게 깔아 찬 공을 몸을 던져 막아내는 선방을 펼쳤다. 김정미는 선방 이후 공을 재차 잡다가 북한 선수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한국은 북한과 한 골씩 주고받아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김정미의 선방이 없었다면 패할 수도 있었다.
김정미는 선방 비결을 '심리전'과 '연습'으로 꼽았다. 그는 "페널티킥 때 상대 선수에게 '어디로 찰 거냐, 왼쪽으로 찰 거지'하고 작게 말을 걸며 심리전을 걸었는데 통한 것 같다"며 "전날 페널티킥 막는 연습을 한 게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맏언니' 김정미는 동생들의 플레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전반 추가시간에 실점을 허용했지만 '괜찮다'라고 얘기했다"며 "동점골을 넣은 뒤에는 선수들 눈에서 빛이 났고 최전방 공격수까지 수비로 내려와 온 힘을 다해 뛰었다"고 전했다.
7일 오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지소연(우측)이 동점골을 넣은 장슬기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평양(북한)=사진공동취재단)
0-1로 끌려가던 후반 30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패배를 막아낸 주인공 장슬기(인천현대제철)는 경기 이후 "친구인 이금민(서울시청)의 생일이었는데 골을 넣어서 뜻깊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신경전도 심했고 북한의 응원 소리도 예상보다 커 경기장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였다. 소음 대비 훈련이 효과가 있었다"면서 "북한 관중이 우리를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2선에서 공격을 이끈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끝까지 버텨준 동료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승리하진 못했지만 무승부 역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지소연은 "앞으로 두 경기가 더 남은 만큼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면서 "착실히 준비해 본선에 꼭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9일 홍콩,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차례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