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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의 불통이 부른 일일극 '갑질 논란'

    SBS의 마지막 일일드라마 '사랑은 방울방울'. '맛 좀 보실래요?'는 이후 편성이 예정돼 있었다.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SBS가 저녁 일일드라마를 전격 폐지하면서 때 아닌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편성이 결정됐던 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에 대한 통보 문제 때문이다.

    지난 주부터 SBS가 일일드라마를 폐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BS 측은 '논의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미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폐지가 기정 사실화된 상황이었다.

    결국 SBS는 10일 공식 입장을 통해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 제작비 증가 등 국내외 방송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방송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랑은 방울방울' 이후 일일드라마 편성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맛 좀 보실래요?' 역시 제작이 전면 중단됐다. 첫 촬영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고, 배우들 모두 두 차례나 대본 리딩을 한 상황이었다.

    주연 배우 이태란의 소속사 열음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마지막 대본 리딩 5일 후에 촬영이 무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통보를 받았다. 저희로서는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처럼 급박하게 편성이 변동될 경우, 이미 장기 스케줄을 빼놓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입는 피해는 막심하다. 방송사로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SBS는 간략한 공식 입장에서조차 '맛 좀 보실래요' 제작 중단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를 표명하지 않았다. 방송사의 편성 중단 결정에 따른 갑작스러운 통보 그리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배우 소속사와 제작사. 어떻게 봐도 '갑질'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피할 수 있는 논란은 아니었을까. 주연 배우 이태란은 2월 말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고, 소속사는 3월 말에 이에 대한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상식적으로 대본 리딩과 통보 사이, 단 5일 동안 모든 논의와 결정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일일드라마를 통째로 들어내는 중차대한 결정이기에 평소보다 더 길게 논의가 이어졌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한 달 동안 출연 배우들이나 제작사에 편성 중단 상황을 충분히 알릴 기회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일드라마 편성이 중단됐다는 SBS의 일방 통보가 더욱 불편한 이유는 그래서다. 방송사 차원에서 결정되기 전에 배우 측과 제작사 측에 이를 알렸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SBS 측은 이런 절차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편성 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편성은 상시 논의돼 언제든 변동될 수 있는 사안이고, 촬영이 시작됐다면 큰일이겠지만 아직 첫 촬영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캐스팅과 대본 리딩은 통상 편성이 확정된 뒤에 진행된다. 첫 촬영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배우와 제작사 그리고 방송사 간에는 드라마를 '제작'해 '방송'하겠다는 약속이 돼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방송사 내부 문제로 편성이 변동된 상황이라면 이렇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SBS의 대처를 비판했다.

    SBS의 이 같은 잡음은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앞서 '런닝맨' 멤버 교체 당시에도 SBS는 하차 결정을 멤버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아 빈축을 샀다. 사전에 방송사의 사정과 결정 사실이 전달돼 멤버들이 납득했다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안이었다. 결국 시청자들의 반발에 SBS는 고개를 숙였고, 하차 결정은 번복됐다.

    계속되는 '불통' 문제를 이번에는 SBS가 어떻게 풀어 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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