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 발탁과 전술에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원칙 없는 선수 선발과 특징 없는 전술에 대한 비난이 들끓어도 줄곧 자신의 고집을 이어가던 그가 이제서야 위기감을 느낀 모양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열린 기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로 인해 경질 목소리가 높았지만 시간적 여유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슈틸리케 감독을 더 믿기로 했다.
유임 결정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7일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면담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13일 그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유럽 일정을 소화하면서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손흥민을 제외하고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다 만나고 왔다. 손흥민은 경기 이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면서 "선수들과 대표팀 분위기, 사정들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 대표팀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변화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밝힌 원칙에 어긋나는 선수 선발과 장점을 찾을 수 없는 전술을 고집해왔다. 대표팀의 성적이 좋았다면 문제 될 것 없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지적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전혀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지난달 시리아와 치른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4-2-3-1 대신 4-1-4-1 전술을 꺼내 경기에 임했지만 전반 30분이 넘어가자 다시 원래의 전술로 돌리는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는 1-0 승리로 끝이 났지만 경기력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결단을 내렸다. 그는 "6월에 열리는 카타르와 최종예선에서는 앞선 경기들과는 다른 준비과정을 거칠 것이다"라며 "전술적인 부분과 새로운 선수를 실험하는 등 변화를 줄 생각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얼마나 바뀔지는 미지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원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다. 과거 대표팀이 좋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며 팀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대규모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기반성의 자세가 없었던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 분위기만이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팀 분위기 수습이다"라며 "팀 내부적인 사항을 외부로 발설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변화를 꾀한다고 밝히면서도 선수 단속에 더욱 힘주어 말한 슈틸리케 감독. 과연 대표팀이 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