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가 예상됐던 평양 원정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과 함께 귀국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약 2주간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적 특성상 평소보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지낼 시간이 많았던 것을 비결로 꼽았다. 박종민기자
태어나 처음으로 밟는 북한 땅. 그곳에서 ‘윤덕여호’를 버티게 한 힘은 ‘보드게임’과 ‘수다’였다.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여자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출전권과 함께 1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당초 13일 새벽에 귀국 예정이었던 윤덕여 감독과 여자 축구대표팀은 북한에서 비행스케줄이 늦어진 데 이어 중국에서도 현지 군사 훈련으로 인한 비행 일정이 미뤄진 탓에 예정보다 약 18시간이나 늦게, 예정된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2일 출국해 약 2주간의 북한 원정은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지만 선수단의 표정에서는 원정의 피로를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이들은 아시안컵 본선 출전권이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였다.
27년 만에 다시 평양을 찾은 윤덕여 감독을 제외하고 여자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단 전원은 이번이 생애 첫 북한 방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출국 전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아야 했다.
북한전 동점골의 주인공 장슬기는 자신의 첫 평양 원정이 생각 이상으로 좋은 환경이라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13일 김포공항에서 만난 장슬기(인천 현대제철)는 “평양이 낯설고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면서 “음식도 잘 맞았고 좋은 지원 속에서 생각보다 경기력이 좋았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북한에서 보낸 지난 12일을 평가했다.
북한 원정은 보안상의 이유로 선수들이 애용하는 휴대전화나 태블릿PC,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장슬기는 북한에서 보낸 12일을 더욱 알차게 보냈다고 귀띔했다.
장슬기는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 운동에만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평소에는 하지도 않았던 보드게임을 챙겨가 북한에서 했다”고 평양 원정만의 특별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대표팀의 주장 조소현(인천 현대제철) 역시 전자기기 없이 수다를 떨거나 보드게임 등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덕에 선수들이 더욱 끈끈하고 생산적인 시간 활용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