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21일 만에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선을 앞두고 국정파탄의 최대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안기 위한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의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출당은 없다'며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정지 상태에 놓인 박 전 대통령을 감싸안는 모양새다. 친박 태극기 세력 주도로 창당한 새누리당은 한국당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모시겠다'며 영입전에 나섰다.
이를 두고 구집권 세력이 반성 대신 골수 지지층 끌어오기에 집중하며 '친박 적통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홍준표 '출당은 없다'…朴 끌어안기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되면서 자동으로 당원권이 정지되자 "당원권 정지와는 별개로 법원이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집권을 해야 박 전 대통령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된다. 만약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탄핵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정치 재판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한 셈이다.
홍 후보는 "정치적으로 이미 사체가 된 분의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출당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친박 지지층을 끌어안으려는 포석임과 동시에 당내 친박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는 일부 측근들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메시지였다. 당초 홍 후보 참모진 사이에서는 중도로 외연을 넓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됐었다.
비주류인 홍 후보를 박 전 대통령 쪽으로 이끄는 구심점으로는 주류인 친박계가 지목된다. 일부 친박 인사는 오히려 박 전 대통령 면회를 제안했고, 홍 후보는 본인이 제안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거부한 게 아니라 답을 안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홍 후보에 대한 친박계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일부 친박 핵심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 면회를 시도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 조원진 "새누리 1호 당원 비워놨다…朴 모실 것"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원진 대선후보 측은 홍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되레 내쳤다며 "1호 당원의 자격을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비워놓았다"고 밝혔다.
홍 후보도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대법원 재판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가 풀리는 특혜를 누렸으면서, 박 전 대통령 징계에는 침묵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홍 후보는 본인이 받은 특혜를 박 전 대통령에게는 적용시키지 않았다"며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당론을 채택해 당원권 정지를 막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후보와 자유한국당이 내친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끝까지 '사기 탄핵'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의지에 따라서 (한국당에서) 탈당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가 탈당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과 교감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 여권 내에서도 이 같은 '친박 적통 경쟁' 양상에 대한 비판발언이 나온다. 조기대선 등 국정혼란의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혁신의 방향을 고심하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구 여권 관계자는 "친박들이 끝까지 박 전 대통령을 팔아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