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사진=KBL 제공)
86-86으로 맞선 종료 5.4초전. 비디오 판독을 통해 KGC의 공이 선언됐고, 김승기 감독은 마지막 작전 시간을 불렀다.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의 2대2 공격을 주문했다. 지난 시즌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공격 패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정현이 김승기 감독에게 1대1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승기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도 이정현에게 힘을 실어줬다. 양희종은 "스크린을 걸어줄 테니 수비가 약한 선수와 1대1을 해"라고 이정현을 다독였고, 오세근은 골밑에서 김준일이 도움 수비를 못 가도록 도왔다.
결국 이정현은 깔끔한 돌파로 종료 2초를 남기고 위닝샷을 성공시켰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후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같은 상황이었는데 이정현에게 맡겨서 성공했다"면서 "나는 투맨 게임을 원했는데 정현이가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했다. 2대2를 하면 스위치 수비가 나오니까 혼자 아이솔레이션을 시켜달라고 했다. 믿어달라고 했고, 정확하게 했다. 약속을 지켜준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감독과 선수, 또 선수와 선수 사이의 신뢰였다.
이정현도 "감독님께서 믿어주셨다.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셨다"면서 "자신 있는 게 1대1이다. 2대2를 주문하셨는데 당연히 스위치 수비가 나올 줄 알고 1대1을 하겠다고 했다. 희종이형이 스크린을 걸어줬고, 김준일은 밑에서 세근이 때문에 블록을 못 온 것 같다. 1~3쿼터 너무 못해서 미안했는데 한 방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다"고 활짝 웃었다.
계속해서 "수비보다는 공격에 자신이 있었다. 형들도 믿어줬고, 세근이도 자신 있게 하라고 했다"면서 "통합 우승 기회가 왔는데 코를 빠뜨릴 수 없었다. 운이 좋았다. 가장 잘 하는 드라이브인으로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정현은 3쿼터 도중 김승기 감독에게 직접 교체 사인을 내기도 했다. 1~3쿼터 너무 부진했던 탓. 오히려 다른 선수가 뛰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직접 내렸다.
김승기 감독도 이정현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4쿼터 쓸 힘을 비축한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