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사진 오른쪽)이 25일 오후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FA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삼성 최진영 사무국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KBL)
김동욱은 2005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서울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김동욱이 아마추어 시절 최정상급 유망주로 명성을 떨치기는 했지만 당시 서장훈, 강혁, 이규섭 등 쟁쟁한 팀 선배들 사이에서 설 자리는 없었다.
삼성은 김동욱이 신인이었던 2005-2006시즌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했다. 김동욱의 역할은 미미했다. 선배들이 우승의 주역으로서 당당히 기뻐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고교 시절 당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던 방성윤과 랭킹 1위를 다퉜던 김동욱으로서는 경기에 거의 뛰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낯설었을 것이다. 마음 속에 칼을 품었다.
10년이 지나 김동욱은 또 하나의 우승반지를 품었다. 이번에는 마음껏 웃었다.
김동욱은 2015-2016시즌 고양 오리온의 주축 선수로서 팀 우승에 기여했다. 탁월한 농구 센스를 앞세워 시즌 내내 공격에서 팀의 윤활유 역할을 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전주 KCC의 에이스 안드레 에밋을 밀착 수비해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김동욱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10년 전 이야기를 꺼내며 한 팀의 주역으로서 우승하고 싶었다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 김동욱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자신을 지명하고 첫 우승의 기쁨을 알게 해준 친정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당당히 팀의 주역으로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김동욱은 25일 오전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진행된 FA 계약식에서 계약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6억3천만원을 제시한 삼성과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김동욱은 나란히 영입 의향서를 제출한 부산 kt와 삼성 사이에서 친정팀을 선택했다.
"친정팀으로 돌아와 설렌다"는 김동욱은 "삼성은 고마운 팀이다. 삼성에서 나를 뽑아줘 프로 선수로서 지금까지 뛸 수 있었다. 오리온에서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팀의 주축 선수로서 우승하고 싶었고 꿈을 이뤘다. 삼성에서도 주축 선수로 뛰면서 우승하고픈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만 36세의 적잖은 나이에 FA 대박을 터트렸다. '인생은 김동욱처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미 프로에서 많은 것을 이룬 선수다. 이제 김동욱에게는 다른 목표가 없다. 오로지 우승이다.
김동욱은 "지금까지 농구 인생을 돌아보면 8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아마추어 때 최정상을 경험해봣고 대학에서는 부상을 당해 밑바닥을 경험했다. 프로에 와서 경기에 1분도 뛰지 못할 때도 있었다. 작년 우승으로 다시 정점을 찍었다"며 "삼성은 2006년 이후 우승이 없다. 계약기간 3년 안에 팀이 우승한다면 나머지 20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