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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계의 위기, 정치가 문제"라고 하는데

기자수첩

    "원자력계의 위기, 정치가 문제"라고 하는데

    8일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원자력계의 위기는 정치가 문제다." 8일 원자력학회가 마련한 고리 1호기 퇴역 기념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원자력계의 위기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을 비롯한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공약 추진 계획이 논의 되면서 원자력계의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200여 명의 원자력 전공 교수, 원자력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치권에 대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웅얼웅얼 하지만 말고, 목소리를 높이자", "정치 논리에는 정치적 대응으로 맞서자"고 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원자력이 필요한 9가지 이유를 담은 '원자력 안전과 편익 대국민 설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탈원전 정책이 정책이 입안된 배경에는 원자력에 관한 여러사실이 왜곡되고 위험이 과장된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못한 저희들의 잘못도 크다"고 했다. 한 토론자는 경주 지진 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는 단 한줄의 발표만 했었다며, 이러한 소극적 대처가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 원전 위험성을 다른 영화 '판도라'가 400만 관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끈 것도 탈핵공약 지지에 불을 붙였다. 다른 토론자는 "그래서 원전은 과학적 안전성 차원이 아니라 심리적 믿음의 문제가 되어버렸다"며 개탄했다. 과연 과학적 안전성은 자신할 수 있는 걸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그 후유증이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원자력을 '미래로부터 온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이렇게 경고했다."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인류는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은 인간의 지식 범주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에 열려 있으면서도 우리는 아직도 모르는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라고. 그와 인터뷰한 러시아 환경학자 알렉세이 야코블레프의 메세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인류는 원자력 발전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일까요? 아니요, 아닙니다.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허용돼서는 안 됩니다. 모든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폭탄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무기처럼 위험한 것입니다. 전 세계 어떤 나라의 국민도 그들이 방사능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원자로 하나가 지구의 절반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체르노빌사태에서 교훈을 얻고 우리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살행위와 같은 것입니다.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철학이 필요합니다."

    8일 원자력학회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린 '고리1호기 퇴역 기념 심포지엄'. 이 자리에서 '원자력 안전과 편익 대국민 설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원전은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40년 수명을 다해 6월 18일 퇴역하는 고리1호기는 건설 당시 총공사비가 3억달러로 국가예산의 1/4이나 되는 거대규모 사업이었다. 고리1호기 건설은 중화학 공업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원전 기술 자립의 초석이었다. 그때는 경제발전이 시대의 화두였고, 원전이 그에 필요한 전력공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이제는 국민의 인식틀이 바뀌었다. 언젠가는 터질지 모르는 원전사고라는 위험을 안고 사느니, 다소 불편하더라도 안전한 삶을 보장받고 싶은 것이다. 탈원전이 정치의 영역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책공약을 담은 '문재인1번가'에서 탈핵·에너지전환 공약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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