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DB)
어깨와 팔꿈치 부상 이후 류현진(LA 다저스)이 등판할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예전보다 다소 떨어진 직구 구속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볼배합과 제구력이 필요하다. 2017시즌 10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홈런 3방을 얻어맞고 조기 강판된 류현진이 극복해야하는 과제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2회에 홈런 2개, 3회에 홈런 1개를 허용하는 등 4이닝 6피안타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4회까지 투구수 68개를 기록했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조기 강판을 결정했다.
출발은 좋았다. 류현진은 1회초 세 타자를 연거푸 범타로 처리했다. 적극적인 승부로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갔다. 1회에 던진 11개의 공 가운데 직구는 4개.
류현진은 시즌 첫 3경기에서 53.8%의 직구 구사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직구 구위가 예전만 못하자 이후 경기부터는 직구 구사율을 30% 초반대로 낮췄다. 1회는 달라진 볼배합에 맞춰 효율적인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2회초 들어 신시내티 타자들의 적극성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애덤 듀발은 류현진이 던진 초구 시속 142km짜리 직구를 때려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계속된 무사 1루에서 스캇 셰블러는 류현진이 던진 2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투런아치를 그렸다.
최근 슬라이더의 구속을 끌어올린 류현진은 시속 137km의 공을 뿌렸고 왼손투수에게 더 강한 좌타자 셰블러는 그대로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3회초 조이 보토에게 얻어맞은 홈런 역시 초구였고 직구였다. 보토는 류현진이 이날 던진 공 가운데 가장 빠른 공으로 기록된 시속 145km짜리 직구 초구를 때려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3번째 홈런을 얻어맞은 이후 류현진은 총 34개의 공을 던졌고 그 중 직구는 4개에 불과했다. 볼배합을 극단적인 변화구 위주로 바꾼 것이다. 대신 시속 140km에 육박하는 슬라이더의 비율을 높였다. 그러자 류현진은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선발투수 복귀 후 등판한 지난 2경기에서 평균 145km가 넘는 직구 구속을 기록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높게 평가한 부분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류현진의 이날 직구 평균 구속은 143km대에 그쳤다.
직구의 힘이 떨어지면 변화구도 함께 힘을 잃는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가 어려워진다. 류현진이 3번째 피홈런 이후 타자들에게 직구를 숨긴 이유다.
류현진은 올해 11경기(선발 10경기)에서 57이닝동안 12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9이닝 단위로 보면 평균 1.9개의 홈런을 허용한 셈이다.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9이닝당 피홈런 개수가 0.6개에 불과했다. 타석당 피홈런 비율 역시 예전에 비해 3배 정도 늘어났다.
류현진은 난타를 자주 당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피안타율은 리그 평균보다 조금 높고 볼넷 비율은 리그 평균보다 좋다. 하지만 뜬금없이 나오는 피홈런 때문에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시즌 초반이나 지금이나 풀어야 할 숙제는 명확해보인다.
류현진은 팀이 2-4로 뒤진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가 시즌 7패(2승) 위기에 몰렸지만 타선이 뒤늦게 류현진을 도왔다. 다저스는 4점차로 뒤진 8회말 코리 시거의 역전 만루홈런을 포함, 대거 6점을 뽑아 9-7 역전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