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우리 기만하면 보이콧"…아이돌 팬들의 '권리 찾기'

가요

    "우리 기만하면 보이콧"…아이돌 팬들의 '권리 찾기'

    가수 문희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님에서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아이돌 가수에게 등 돌린 팬들이 매서운 타인이 되어 돌아왔다. 아이돌 가수가 팬들에게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맹목적으로 감싸기 보다는 집단 '보이콧'을 결의한 것이다.

    시작은 세기말 문화 아이콘이었던 H.O.T 멤버 문희준이었다. 문희준이 자신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팬들과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돌 가수 팬'이라고 하면 누구나 결혼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것 같지만 결혼 적령기에 진입한 1~2세대 아이돌 가수 팬들은 상황이 다르다.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기에 오히려 축하와 박수를 보내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왜 팬들은 '결혼'을 기점으로 문희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일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결혼' 때문이 아니다.

    지난달 성명서를 발표한 H.O.T 팬 커뮤니티는 "지난해 콘서트와 결혼, 재결합과 관련한 문제적 언행이 잦았다"면서 "팬들은 진정성있는 해명과 사과를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팬 기만적 편지와 굿즈 문제 무대응, 멤버 비하 뿐이었다"고 문희준의 문제적 행동을 비판했다.

    이어 "문희준의 이러한 부적절한 행동들은 팬들의 추억과 그룹의 명성, 타 H.O.T. 멤버들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어 이에 지지철회를 성명한다"고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문희준이 결혼했기 때문에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문희준이 팬들에게 저지른 잘못은 ▲ 팬을 대하는 태도, ▲ 명백한 거짓말로 팬과 대중을 기만, ▲ 무성의한 콘서트 퀄리티, ▲ 멤버 비하와 재결합 관련 경솔한 언행, ▲ 불법적 굿즈 판매와 탈세 의혹 등이다.

    문희준과 그 팬들에게는 조금 남다른 역사가 있다. 과거 솔로 활동으로 록음악을 시작한 문희준은 대중에게 외면받았고, '100만 안티'를 몰고 다니는 가수가 됐다. 그 때도 팬들은 문희준의 곁을 지키며 그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러나 군 제대 이후 대중의 평판이 회복되자 문희준은 겸손한 자세를 버리고 각종 부적절한 발언과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지난 10일 팬들에게 '보이콧'을 당한 슈퍼주니어 성민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민은 지난 2014년 뮤지컬 배우 김사은과 결혼해 최초의 '유부남' 아이돌이 됐다. 교제 인정 직후에는 축하하는 팬들이 다수였지만 '결혼설'이 불거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팬들은 성민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했지만 성민이 이를 '묵인'했기 때문이다. 곪아오던 문제가 터진 것은 성민이 이번 슈퍼주니어 8집 컴백에 함께 활동한다는 소식을 전해오면서다.

    슈퍼주니어 대형 커뮤니티의 팬들은 일제히 성민의 활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불통'이 결국 '보이콧'의 불씨가 된 셈이다.

    이 커뮤니티는 10일 성명서를 발표해 "슈퍼주니어 멤버 성민이 팬을 무시해왔던 행동이 슈퍼주니어의 그룹 활동에 타격을 입힐 것이 자명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성민이 계속해서 슈퍼주니어의 멤버로 활동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앞으로 강인과 성민을 제외한 슈퍼주니어 모든 멤버들의 활동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팬들이 결혼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편견을 피하기 위해 2년 동안 성민의 '피드백'을 기다려왔다.

    커뮤니티 측은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지 않을까 걱정해왔고,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단체 행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성민의 피드백과 변화를 기다려왔다"며 "그러나 성민이 활동 의사를 밝히면서 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껏 성민이 해왔던 일과 함께 이뤄졌던 팬 기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고 이야기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성민은 결혼설이 불거졌던 2014년 피드백을 요구하는 팬들의 댓글을 삭제하고 이들을 전면 차단했다. 유료 팬사인회에서도 팬들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무시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민은 개인 블로그에 '한국 팬' 단어를 금지어로 지정해놓기도 했다.

    이밖에 7집 활동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결혼식 전후로 벌어진 다른 태도 논란들에 어떤 해명도 없었던 것이 화를 키웠다. 12년 동안 팬들과 활발히 소통해왔던 슈퍼주니어 멤버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아이돌 가수와 팬의 관계는 '상품'과 '소비자'라는 개념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그 사이에 다채로운 감정과 인간적 소통이 오가며 깊고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아이돌 가수에게 있어 연예계 활동의 동반자는 바로 팬들이다. 그들이 가수의 존재 이유이자 원동력이 된다.

    특히 팬들의 왜곡되지 않은 신뢰와 애정은 가시밭길 같은 현실을 견디는 힘이 된다. 문희준 안티 사건처럼 모두가 등을 돌려도, 팬들은 끝까지 곁에 남아 지지를 보낸다. 어찌보면 부모의 사랑에 더 가까운 감정이다.

    두 가수는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앞두고 중대한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부 팬들이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지만 이들 팬이 원한 것은 그저 가수의 진실된 한 마디였다. 그러나 가수가 일방적으로 소통을 거부했고, 팬들은 이를 '무시'나 '기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결국 10년 넘게 이어 온 사랑은 덧없게 퇴색됐고, 신뢰에는 금이 갔다. 팬들의 배신감은 이제 '보이콧'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대개 쓴소리를 하지 않는 팬들이 잘못을 지적하고 나섰다면 한번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