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살아난 스윙 머신' KIA 김주찬이 21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호쾌한 스윙으로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광주=KIA)
호랑이 타선이 비로소 완전체가 된 모양새다. 이명기가 확실한 톱타자로 자리잡은 데다 침체에 빠졌던 베테랑 김주찬마저 부활의 기지개를 켜면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았다.
KIA는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장단 20안타를 폭죽처럼 터뜨리며 20-8 대승을 거뒀다. 2위 NC와 2경기 차를 유지하며 1위를 고수했다.
특히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거둔 타선 대폭발이었다. 이날 KIA는 니퍼트로부터 최형우의 개인 통산 250호 홈런(2점) 포함, 11안타와 사사구 3개로 무려 9점을 뽑아냈다. 지난해 22승 평균자책점(ERA) 2.95의 니퍼트도 물오른 KIA 타선을 버텨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김주찬의 부활이 반갑다. 김주찬은 개막 후 5월까지 타율 1할대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러나 최근 살아날 기미를 보이더니 이날 4타수 4안타 1볼넷 4타점 3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6월 9경기 타율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 7타점의 호조다.
김주찬은 KIA 타선의 고민이었다. KIA는 지난 시즌 뒤 영입한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가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김선빈과 안치홍 등 지난해 후반기 합류한 전역병들도 힘을 실어주면서 리그 정상급 타선으로 도약했다. 새 외인 로저 버나디나도 5월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김주찬의 침묵으로 마지막 방점을 찍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주찬은 최근 각성하며 왕년의 모습을 되찾을 기세다. 최근 5경기 동안 멀티히트 경기가 3번이나 된다. 김주찬은 21일 경기 후 "최근 생각을 단순하게 하고 안타만 치려고 한다"면서 "(큰 것보다는) 짧게 치려고 스윙 폭을 줄이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1번 걱정 마세요' KIA 이명기가 21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2회 1타점 2루타를 때려낸 뒤 타임을 요청하고 있다.(광주=KIA)
확실한 1번 타자 이명기를 재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다. 당초 올해 KIA의 1번은 버나디나였다. 그러나 버나디나가 5월 5홈런, 6월에도 5홈런을 치는 등 장타력이 살아나고 김주찬이 시들하면서 최근 3번으로 옮겨갔다. 대신 공격 첨병의 중책을 주로 2번에 나서던 이명기가 맡았는데 제 자리를 찾은 것처럼 잘해주고 있다.
이명기는 21일 5타석 3타수 2안타 3타점 4득점 2볼넷으로 120% 역할을 수행해냈다. 최근 10경기 타율 4할5리에 7타점 9득점의 상승세다. 버나디나가 3번으로 가도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본인도 1번 타순에 만족감을 드러낸다. 21일 경기 뒤 이명기는 "1위 팀의 1번 타자로 계속 나가니까 기분도 좋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뒤에 타자들이 워낙 좋으니까 나는 어떻게 해서든 1루로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라면서 "또 투수들이 나에게 승부를 바로 들어와서 피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공격적으로 치다 보니 결과가 좋다"고 웃었다.
1번 체질일 수도 있다. 이명기는 "7번 등 하위 타선일 경우 타순이 늦게 돌면 외야수다 보니 초반에는 야구를 하는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수비에서 타구를 받지 못하면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래서 차라리 1, 2번이 더 나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는 KIA의 상황과 꼭 맞아떨어진다. KIA는 전체 타격 1위(3할7푼3리), 득점권 타율 1위(4할6푼9리)의 김선빈이 상위 타순이 아닌 9번에 배치된다. 김기태 KIA 감독은 "김선빈이 유격수라 1회부터 타석에 나가면 체력적인 부담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한 이명기가 1번에 나가는 게 더 낫다는 것. 김선빈도 21일 3안타 1볼넷 4득점을 기록했는데 '윈-윈'이 아닐 수 없다.
21일 경기를 통해 KIA는 팀 평균 득점(6.04개)에서 두산(5.94득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팀 타율도 2할9푼2리로 넥센에 불과 1리 차이다. 득점권 타율은 단연 1위(3할2푼8리)다. 날개를 달며 완전체로 변모하고 있는 호랑이의 발톱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