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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매치' 최고 스타는 이용대가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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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드 매치' 최고 스타는 이용대가 아니었네?

    하태권-김동문 등 배드민턴 전설들 여전한 기량 과시

    한국 배드민턴 간판 스타 이용대가 24일 '레전드 비전 레가시 투어' 이벤트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양=요넥스)

     

    '레전드 비전 레가시 투어'(The Legends’ Vision Legacy Tour)가 열린 24일 경기도 고양체육관. 스포츠 용품업체 요넥스가 2015년부터 주최한 이 행사는 배드민턴계를 주름잡았던 전설들이 전 세계를 돌며 배드민턴을 알리는 목적으로,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열렸다.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타우픽 히다얏(인도네시아)을 비롯해 린단(중국), 리 총 웨이(말레이시아), 피터 게이드 (덴마크) 등 전설들이 이미 자국에서 투어를 진행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에 빛나는 이용대(요넥스)가 지난 3월 복식 선수로는 처음으로 레전드 비전 멤버가 되면서 한국에서도 행사가 열리게 됐다.

    이날 투어에는 이용대와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한 김동문 교수, 하태권 요넥스 감독도 함께 했다. 게이드 현 프랑스 대표팀 감독도 전설의 자격으로 투어에 나섰다.

    이들이 맞붙은 복식 경기는 그야말로 레전드 매치였다. 이용대, 게이드 감독과 김 교수, 하 감독이 한 조를 이뤄 자웅을 겨뤘다. 이벤트 경기였지만 전설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자못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용대를 제외한 3명은 이미 은퇴했지만 현역 못지 않은 빼어난 기량을 뽐냈다. 이들을 보기 위해 체육관에 모인 1000여 명 동호인들과 유망주들은 전설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탄성을 쏟아냈다.

    치열하기만 할 것 같던 매치에 재미를 더한 인물은 하 감독이었다. 경기 전부터 관중 호응을 유도한 하 감독은 경기 내내 익살스러운 몸짓과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 초반 긴 랠리를 이긴 하 감독은 "힘들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용대가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멋진 스매싱을 성공시킨 같은 팀 김 교수의 손을 번쩍 들며 콘서트장의 래퍼처럼 "세이 호(Say Ho)!"를 외치며 팬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21년 전 애틀랜타올림픽처럼' 하태권 요넥스 감독이 24일 '레전드 비전 레가시 투어' 레전드 매치에서 득점한 뒤 팬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고양=요넥스)

     

    체육관 분위기는 경기 중간 또 다른 스타 유연성(수원시청)이 깜짝 등장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지친 김 교수를 대신해 하 감독과 짝을 이루게 된 것. 이용대와 복식 세계 1위로 군림하다 적으로 만난 유연성은 특유의 호쾌한 스매싱으로 함성을 이끌어냈다. "배드민턴은 머리를 써야 하는 거야"라는 하 감독에 맞서 "그래도 저는 배는 안 나왔어요"라고 받아치며 입담에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유연성이 합류하면서 21점 단 세트의 승부는 더 치열해졌다. 하 감독은 "아!" 외마디 고함을 치면서 잇따라 공격을 퍼부었고, 관중이 함께 호응하면서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20번 이상 랠리 끝에 승리를 거두자 하 감독은 코트를 빙글 돌며 팬들 환호를 유도했고, 벌렁 드러눕는 세리머니도 펼쳤다. 게이드는 열띤 공방 속에 드러누운 가운데서도 상대 공격을 받아넘겨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19로 팽팽했던 승부는 현역 이용대가 막판 힘을 내면서 갈렸다. 잇따라 2점을 따낸 이용대-게이드 조가 승리를 거뒀다. 열띤 승부를 마친 네 명 전설들은 서로를 격려했고, 팬들은 레전드 매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코트 바로 옆에서 관전한 유망주 김동현(배영초 6학년) 군은 "이용대 선수의 수비와 유연성 선수의 스매싱에 완전히 감동했다"면서 "전설들이 맞선 긴장된 경기였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앞으로 이용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도 "그런데 하 감독님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잊지 않았다.

    '전설처럼 될래요' 배드민턴 전설들이 24일 '레전드 비전 레가시 투어' 이벤트 경기를 마친 뒤 유망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고양=요넥스)

     

    경기 후 가쁜 숨을 몰아쉰 하 감독은 "이벤트 매치라 재미있게 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이기려는 마음이었다"면서 "그러나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현역이 아니라서 역시 힘들다"고 웃었다. 이어 "전설들이 모이는 자리가 쉽지 않은데 모처럼 열린 만큼 배드민턴 저변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용대는 "하 감독님이 현역을 떠나셨지만 기량이 여전하다"면서 "장난을 치시면서도 날카롭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배드민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은데 이런 행사가 전국적으로 더 많이 열리면 좋겠다"면서 "나도 열심히 경기하고 행사에 참가해 배드민턴을 알리겠다"며 대표 스타로서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후 이용대는 게이드와 단식 이벤트 매치에서도 듀스 끝에 8-7 승리를 거두며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어 전설들은 유망주들의 질문에 자신들의 노하우를 들려주며 원 포인트 레슨도 진행했다.

    이번 투어가 열린 24, 25일에는 동호인 최강자를 가리는 '요넥스코리아 클럽챔피언십'도 함께 열렸다. 요넥스 관계자는 "올해 처음 한국에서 열렸는데 향후 매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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