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사진=노컷뉴스DB)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9회가 아닌 8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세이브 기회에서 등판하지 못하고 대신 홀드를 기록했다. 최근 부진 때문에 세인트루이스 내 마무리 구도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용법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은 더 불안하다. 9회에 등판했지만 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끝까지 매듭짓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승환은 2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8회초 마운드를 밟았다.
출발은 불안했다. 첫 타자 맷 위터스를 1루수 실책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왼손 대타 아담 린드와 1번타자 마이클 테일러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고비를 넘겼다.
오승환이 뛰어난 구위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8회를 끝까지 채우지는 못했다. 워싱턴의 좌타자 브라이언 굿윈이 타석에 들어서자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을 내리고 좌완투수 타일러 라이온스를 등판시켰다.
라이온스는 굿윈을 범타로 처리하고 가볍게 8회를 매듭지었다. 오승환의 이날 경기 기록은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비록 9회는 아니었지만 팀의 1점차 리드를 지키며 불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 시즌 1호 홀드.
오승환이 9회 이전에 마운드에 오른 것은 지난달 9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올시즌 두번째다.
당시 오승환은 팀이 2-5로 뒤진 8회말 등판했다. 일주일만의 출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마무리 투수가 오랜 기간 마운드를 밟지 못하면 컨디션 점검을 위해 세이브와 무관한 상황에서 등판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이 지난 8경기에서 2패 2세이브, 블론세이브 1개, 평균자책점 7.88, 피안타율 0.343으로 부진하자 최근 트레버 로젠탈과의 마무리 보직 교대 가능성, 집단 마무리 체제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젠탈은 지난해 초반까지 세인트루이스 부동의 마무리 투수였다. 그러나 초반부터 부진에 빠졌다. 그 결과 마무리 투수가 오승환으로 바뀌었다. 오승환은 6월 중순까지 마무리 보직을 굳게 지켰으나 최근 부진으로 입지가 다소 흔들렸다.
지나달 2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팀이 4-2로 앞선 9회 세이브 상황에서 오승환 대신 로젠탈이 등판했다.
오승환이 전날 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자 매시니 감독은 로젠탈에게 세이브 기회를 맡겼다. 로젠탈도 전날 26개의 공을 뿌렸지만 이틀 연속 등판했다. 하지만 1실점하며 진땀 세이브를 챙겼다.
로젠탈은 이날 경기에서도 불안했다. 세인트루이스가 8회말 1점을 추가해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선두타자 브라이언 하퍼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1사 후 다니엘 머피에게 안타를 맞았다. 계속된 2사 1,3루에서 스테판 드류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러자 세인트루이스는 로젠탈을 교체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2년차로 아직 통산 세이브 기록이 없는 맷 보우먼을 마운드에 올렸다. 입지가 굳건한 마무리 투수의 경우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는한 웬만하면 이닝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게 한다. 로젠탈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 가능한 장면이었다.
보우먼은 애드리언 산체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2-1 승리를 지켜냈다. 세이브는 오승환도, 로젠탈도 아닌 보우먼의 몫이 됐다.
오승환은 8회에 등판해 실책으로만 주자를 내보냈고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반면, 로젠탈은 최근 두 차례 세이브 기회에서 연이어 실점을 기록했다. 매시니 감독은 9회 로젠탈에게 워싱턴 중심타자들과의 승부를 맡겼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오승환의 1인 마무리 체제는 당분간 끝났다고 볼 수 있지만 마무리 탈락은 절대 아니다. 로젠탈 역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집단 마무리 체제에서 오승환이 다시 빛나기 위해서는 안정감 있는 실력을 보여주는 길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