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K리그 대표 '슬로 스타터' 기질 개선에 나선 황선홍 감독이지만 연이은 부상 악재 탓에 예년보다 더욱 반등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은 K리그 대표 ‘슬로 스타터’다. 전임 최용수 감독 시절부터 그랬고,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은 뒤에도 이 특징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특히 올 시즌은 유독 반등이 더딘 모양새다. 시즌의 절반을 소화한 12일 현재 서울은 6승7무6패로 7위에 자리하고 있다. 매 시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서울이지만 올 시즌은 좀처럼 상위권으로 올라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4월 중순부터 상위권으로 올라서 마지막 38라운드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에도 6월에는 중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반등하는 시기가 늦어지며 자칫 스플릿 라운드 도입 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서 경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물론 반등의 기회는 있었다. 특히 황선홍 감독은 미드필더의 변화를 통해 ‘슬로 스타터’ 기질을 씻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결과 시즌 시작을 앞두고 하대성을 영입했고, 여름 이적시장에는 이명주도 데려왔다. 이 둘의 가세로 서울은 K리그 최고 수준의 ‘허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었다.
현재 서울은 둘 모두를 가동할 수 없는 상태다. 하대성은 시즌 초반부터 발생한 부상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이명주 역시 인상적인 K리그 복귀전을 선보이며 기대를 높였지만 두 번째 출전에서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오른쪽 발목 인대를 심하게 다쳐 재활 시 2개월, 수술 시 3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아드리아노가 이적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마우링요가 결국 시즌 도중 팀을 떠나는 상황까지 맞았다. 서울은 마우링요를 대신할 측면 공격수 또는 처진 스트라이커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지만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선수를 당장 데려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황선홍 감독의 반전 카드였던 하대성, 이명주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은 포항과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에서 데얀의 결승골로 1-0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뒤늦은 반전 기회를 잡았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황선홍 감독은 “현재 우리의 상황이나 순위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고 서울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지금 우리는 어려운 상황이 틀림없다”고 분석한 황선홍 감독은 “편하게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과도 따라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다”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아쉬워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서울은 수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16분 박주영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힌 것을 사실상 텅 빈 골문 앞에서 때린 고요한이나 후반 9분 골키퍼 일대일 기회에서 더 완벽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골키퍼까지 제치려다 저지당한 주세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서울은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기대가 컸던 하대성, 이명주가 없는 상황에서도 후반 30분에 터진 데얀의 결승골을 앞세워 포항을 1-0으로 꺾고 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후반 23분 박주영과 교체 돼 그라운드를 밟은 데얀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