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마지막 승리는 주장이 이끈다' 13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3회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생애 첫 만루홈런을 날린 두산 내야수 김재호.(자료사진=두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넥센의 시즌 12차전이 열린 13일 서울 잠실구장. 올스타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전반기를 정리하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예상보다 못 미친 성적으로 휴식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당초 두산은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KS) 2연패를 이룬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 올 시즌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두산은 전반기를 5위로 마친 상황이다.
김 감독은 "다사다난했던 전반기"라고 운을 뗐다. 두산은 주축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했고, 최근에는 김승영 구단 대표이사가 4년 전 KBO 심판원과 부적절한 돈 거래를 한 정황이 밝혀져 사퇴하는 악재가 겹쳤다. 그야말로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적합했다.
5위 성적에 대해 김 감독은 "팬들의 기대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면서 "다 핑계지만 주전들이 빠지고 안 빠지고 차이가 컸다"고 밝혔다. 두산은 지난해 최강 2선발 마이클 보우덴이 부상으로 전반기 4경기 1승2패에 그쳤고, 안방마님 양의지와 외야수 민병헌은 지난달 27일 골절상으로 전반기를 접었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치른 오재원, 허경민 등 내야수들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전반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오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나오는데 이기면 기분좋게 휴식기를 치르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김 감독은 "그렇게만 되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뭐든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보이는 법"이라는 말에 김 감독은 특유의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두산은 비록 다사다난한 전반기를 보냈지만 마무리는 기분좋게 맺었다. 전날 김재환이 터뜨린 천금의 적시타로 거둔 짜릿한 끝내기 승리에 이어 이날은 두산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마무리는 에이스가' 13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7회 2사까지 2실점 역투로 전반기 마지막 승리를 안긴 두산 우완 더스틴 니퍼트.(자료사진=두산)
에이스 니퍼트가 선발 투수로 제 역할을 해주고 타선이 초반에 폭발한 여유있는 승리였다. 전날 대역전승의 기운이 이어진 두산 타선은 3회까지 7점을 뽑아내며 니퍼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말 김재환의 선제 적시타에 이어 오재일, 김재호가 추가 적시타를 뽑으며 3-0으로 앞서갔다.
넥센이 2, 3회 1점씩을 내며 1점 차로 추격해오자 두산은 3회말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주장 김재호가 1사 만루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윤영삼을 만루홈런으로 두들겼다. 시속 139km 직구를 통타, 비거리 115m로 왼쪽 담장을 넘기며 데뷔 14년 만에 1호 그랜드슬램 아치를 그려냈다. 순식간에 5점 차 리드를 안긴 한방이었다. 이날 개인 최다 타이인 5타점을 쓸어담았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과 우익수 국해성의 슈퍼캐치, 유격수 김재호의 호수비 등 동료들의 도움에 니퍼트도 힘을 냈다. 니퍼트는 7회 2사까지 삼진 6개를 솎아내며 안타 7개, 볼넷 1개를 산발로 내줘 넥센 타선을 2점을 묶었다. 최고 구속은 153km를 찍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적절히 섞었다.
8회 오재원의 2루타, 허경민의 적시타까지 더해 두산이 8-4로 이기면서 니퍼트는 시즌 9승째(6패)를 챙겼다. 니퍼트는 지난 3월31일 한화와 개막전에서 팀의 첫 승을 이끈 데 이어 이날도 승리를 견인, 전반기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면서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 감독은 "전반기에는 선수들이 생각도 많아 방어적으로 경기를 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후반기 즐기면서 경기를 하면 제 컨디션을 찾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4위 넥센과 승차를 1경기로 줄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전반기를 그나마 깔끔하게 마무리한 두산은 후반기 반등을 위한 발판 하나는 마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