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대표팀의 오세근 (자료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일본은 인기 만화 '슬램덩크'로 유명하지만 농구 강국은 아니다.
일본은 국제농구연맹(FIBA) 남자농구 세계랭킹에서 48위로 한국(30위)보다 18계단 아래에 있다. 한국은 2000년 이후 FIBA가 주관한 성인 남자농구 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9승1패를 기록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예선전 승리를 시작으로 9연승을 질주하다 대표팀 2진급이 출전한 올해 동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6점차로 졌다.
남자농구와는 달리 여자농구는 일본에게 추월당한지 오래다. 일본은 지난달 말 여자농구 아시아컵 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 호주를 누르고 우승,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중국과 호주를 넘어선 아시아 최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년 전에는 한국과 중국이 아시아 남녀농구를 양분했다. 10년 전부터 중동세의 성장으로 남자농구의 위상이 흔들렸지만 여자농구는 굳건했다. 그만큼 일본 여자농구의 성장세는 대단했다.
이제는 남자농구에서도 일본은 적수가 아니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올해에 열린 청소년, 대학 선수, 성인 대표팀 등 각급 남녀 한일전에서 한국은 1승14패를 기록했다. 남자농구의 경우 청소년과 대학 선발팀의 맞대결에서는 전패를 당했다. 7월 윌리엄존스컵에서 성인 남자 대표팀이 일본 성인 대표팀이 아닌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을 101-81로 꺾은 경기가 유일한 승리다.
기자가 2014년 일본의 태릉선수촌이라 불리는 도쿄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을 방문했을 때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하자는 체육관 벽의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3년 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 농구계는 오래 전부터 단계적으로 남녀 대표팀의 발전을 시도해왔다.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급성장, 이제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성인 남자농구 대표팀이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광복절에 한일전이 펼쳐진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15일 오전 12시30분(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2017 FIBA 아시아컵 8강 진출 결정전(12강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한국은 C조 예선에서 뉴질랜드, 레바논과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했지만 세팀간 골득실에서 밀려 조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D조 예선에서 2승1패를 차지해 조 2위에 올랐다. 강력한 우승후보 호주에게 68-84로 크게 패한 뒤 대만을 87-49로 완파했고 홍콩에게 92-59 대승을 거뒀다.
한국과 일본의 남자농구가 풀 전력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올해 처음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MVP 오세근을 중심으로 김종규, 이승현, 이종현이 버티는 골밑은 뉴질랜드와 레바논 등 우승후보급 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높이와 힘에서 밀리지 않으며 리바운드 싸움을 대등하게 펼쳤다. 골밑 열세는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한국의 걱정거리였다. KBL의 젊은 빅맨들의 성장으로 많이 발전했다.
허재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 (자료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또 한국은 3경기 연속 2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올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평균 어시스트 27.0개는 조별예선이 끝난 현재 전체 참가팀 중 1위다. 신장 2미터의 포워드 최준용이 볼 배급 역할을 돕는 가운데 특히 박찬희가 코트에 있을 때 볼 흐름이 굉장히 좋다. 박찬희와 김선형이 이끄는 속공도 위력적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들이 많다보니 승부처에서 실책으로 흔들릴 때가 적잖았다. 이같은 약점을 보완한다면 어느 팀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곽 해결사 이정현의 활약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일본을 상대로는 외곽을 조심해야 한다. 일본은 예선 3경기에서 44.0%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신장 193cm의 일본 귀화선수 아이라 브라운은 파워포워드로 예선에서 평균 8.0점, 6.0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올렸다. 일본 골밑 경쟁력을 높여주는 선수라 경계가 필요하다.
광복절에 한일전이 성사되면서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전은 종목을 막론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남자농구가 일본의 성장세 속에서 한국 농구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