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카드 제공)
국내 최대 규모 실내 공연장인 고척돔에 미국 ‘팝의 요정’ 아리아나 그란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15일 오후 8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공연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5 아리아나 그란데’가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올해 2월 시작된 ‘댄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열렸다.
◇ “팝의 요정 보자” 장대비 뚫고 고척돔으로
아리아나 그란데는 팝뿐만 아니라 R&B와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 세계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장은 153cm,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이 특징인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팝의 요정’이다. 어릴 적부터 끼가 남달랐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15세였던 200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13’으로 데뷔했으며, 이듬해 미국 아동 채널 리켈로디언에서 방송된 시트콤 ‘빅토리어스’에 출연하면서 10대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애초 가수를 꿈꿨던 그는 아델,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등의 노래를 커버해 유튜브에 올려 화제를 모았고, 이를 눈여겨 본 리퍼블리 레코즈와 계약, 2011년 12월 첫 싱글 ‘풋 유어 하트 업(Put Your Hearts Up)’으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했다. 2013년 발표한 데뷔 앨범 ‘유어스 트룰리(Yours truly)’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올랐으며, 그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4년 공개한 두 번째 앨범 ‘마이 에브리싱(My Everything)’ 역시 대성공을 거뒀고, 싱글 ‘프라블럼(Problem)’은 16주 연속 빌보드 차트 TOP10을 지켰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해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데인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으로 또 한번 저력을 과시하며 제44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2016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를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린 고척돔에는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온 2만 관객이 운집했다. 티켓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공연 주최사인 현대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선예매에서는 티켓 1만 3천장이 약 10분 만에 매진됐고, 이후 진행된 일반 예매 티켓 7천장 역시 약 3분 만에 모두 팔렸다.
◇ 테러 트라우마 영향…공연장 보안 강화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 5월 22일, 끔찍한 테러가 발생한 현장에 있었다. 당시 그가 공연을 펼치던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는 22명의 사망자를 낸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2주 뒤인 6월 4일, 다시 맨체스터를 찾아 추모 콘서트를 열었다. 해당 콘서트 이후 아리나아는 맨체스터 명예시민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테러의 아픔을 딛고 월드 투어를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아직 트라우마는 남아있는 듯하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번 내한공연과 관련한 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가 입국하는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이유다. 공연장 보안 강화에도 힘썼다. 이날 공연장 입구에는 공항 수준의 보안대가 운영돼 관객 입장이 다소 지연됐다.
◇ 리허설도, 공연 실황 사진 공개도 NO
(사진=아리아나 그란데 SNS 캡처)
여기까지는 팬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아리아나 그란데가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둔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시간 부족으로 리허설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성의 논란이 일었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아나 그란데는 공연 1시간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장실에서 목을 푸는 모습을 촬영한 짤막한 동영상을 올렸고, 위치 태그가 ‘고척돔’이 아닌 ‘구로성심병원’으로 찍혀 있어 논란을 키웠다.
그런가 하면, 아리아나 그란데는 주최 측이 공지한 바와 달리 공연 실황 사진을 제공하지 않아 취재진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앞서 주최 측은 사진 취재가 불가능하다고 알리며, 자체적으로 촬영한 실황 사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측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주최했지만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아리아나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경호 상의 이유로 전문가용 사진기 반입 자체가 불가하다며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라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 그래도 실력은 역시…2만 홀린 환상 라이브공연 전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지만, 실력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날 총 20여곡의 무대를 펼친 아리아나 그란데는 차세대 팝 디바다운 환상적인 라이브 실력와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세 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인 ‘비 올라잇(Be Alright)’으로 공연의 포문을 였었다. 이후 ‘에브리데이(Everyday)’, ‘베드 디시전스(Bad Decisions)’, ‘렛 미 러브 유(Let Me Love You)’, ‘뉴 베러(Knew Better)’, ‘포에버 보이(Forever Boy)’, ‘원 라이트 데이(One Last Time)’, ‘터치 잇(Touch It)’, ‘리브 미 론니(Leave Me Lonely)’ 등을 무대를 연이어 선보이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과시했다.
(사진=아리아나그란데 SNS 캡처)
분위기는 ‘사이드 투 사이드(Side To Side)’, ‘뱅 뱅(Bang Bang)’, ‘그리디(Greedy)’, ‘포커스(Focus)’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히트곡이 울려 퍼지는 순간 절정을 이뤘다. 관객들은 열띤 무대에 ‘떼창’으로 화답하며 흥겹게 공연을 즐겼고, ‘아이 돈 케어(I Don't Care)’와 ‘문라잇(Moonlight)’가 울려 퍼지는 순간에는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손을 좌우로 흔들며 은빛 장관을 연출했다.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무대도 있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토끼 귀와 검은 리본이 결합된 이미지를 대형 스크린에 띄우고 경건한 자세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열창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밖에 ‘러브 미 하더(Love Me Harder)’,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 ‘썸타임즈(Sometimes)’, ‘싱킹 어바웃 유(Thinking About You)’, ‘프라블럼(Problem)’, ‘인투 유(Into You)’,‘’데인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 등 무대를 선보이며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첫 내한공연을 마무리 했다. 그는 공연 말미 관객들을 향해 “땡큐 소 머치” “아이 러브 유”를 외쳤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SNS에 글을 남겨 한국에서 연 첫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오는 17일 태국에서 월드 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