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자료사진=노컷뉴스)
이란 원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단 수도 테헤란이 해발 1200m 고지대에 위치해 적응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마에 6-2(1996년 아시안컵 8강 결과)를 새겨놓고 압도적 응원을 펼치는 관중들도 변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란의 홈 텃세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연거푸 한 조에 속했다.
매번 이란의 패턴은 같았다. 한국의 비공개 훈련을 훔쳐보기도 했고, 조명탑 없는 훈련장도 제공했다. 가장 최근 원정인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이 요청한 훈련장 대신 누가 봐도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훈련장을 줬다. 결국 숙소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경기장으로 훈련장을 바꿔야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르면 홈팀은 원정팀에 5성급 이상 호텔과 숙소에서 차량으로 30분 이내 위치한 훈련장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이 먼저 훈련장 교체를 요청했으니 규정 위반도 아니다. 말 그대로 텃세다.
반면 한국은 줄곧 이란의 편의를 봐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8월31일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을 닷새나 앞둔 26일 한국으로 들어왔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을 이란의 훈련 장소로 섭외했다. 28일과 29일은 파주 공설운동장을 잡아줬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홈팀은 A매치 사흘 전부터 상대에게 훈련장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즉 한국에게 이란의 27일 훈련 장소를 섭외할 의무는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란에 편의를 고려했다.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은 적반하장이다. 오히려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의 시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27일 훈련을 앞두고 "이란은 한국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면서 "그런데 이번 훈련장은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아닌 것 같다. 한국 축구 퍈둘아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이란이 보여준 텃세도 흔히 말하는 인프라의 차이로 돌렸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이란은 할 수 있는 최상을 제공했다. 싫어서가 아니라 환경이 그 정도"라면서 "한국은 월드컵까지 치른 나라다. 이란과 환경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홈에서는 텃세를 부리고, 원정에서는 떼를 쓰는 이란이다. 분명 억울하지만, 억울함을 풀 답은 하나다. 바로 시원한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