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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 '조센징 망언' 반쪽 사죄?…日 극우 게임들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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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가 '조센징 망언' 반쪽 사죄?…日 극우 게임들 재조명

    배우 테라지마 입장표명 없어…소니 PS4 '용과 같이 : 극 2' 한국발매 빨간불

    테라지마 스스무의 '조센징' 발언 모습

     

    일본 비디오 게임 전문업체 세가(SEGA)의 신작 게임 발표회장에서 성우를 맡은 일본 배우가 혐한 발언으로 여론의 뭍매를 맞고 있다. 세가는 파장이 커지자 공식 사과했지만 한국 홈페이지에만 사과문을 실어 '반쪽 사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가는 26일 일본 현지에서 '용과 같이 스튜디오 신작 발표회'를 개최하고 '용과 같이 2'의 리메이크작 '용과 같이 극 2'와 모바일 및 PC에서 즐기는 '용과 같이 온라인', 유명 만화 '북두의 권'을 소재로 한 '북두와 같이' 등을 발표했다.

    사건은 '용과 같이: 극 2'에 캐릭터 성우 출연자들의 무대인사에서 벌어졌다. 형사 '카와라 지로' 역을 맡은 배우 테라지마 스스무가 마무리 인사말을 전화는 과정에서 "오늘 무대에 오른 몇 명은 '조센징'이다보니, 정말로 조선(북한)에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기를 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무대에 오른 조센징'은 함께 출연한 재일한국인 2세 배우 하쿠류(64·한국이름 전정일)를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이를 접한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빗대어 혐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왼쪽부터 배우 테라지마 스스무, 키무라 유이치, 키노시타 호우카, 하쿠류, 나고시 토시히로 감독

     

    동영상에서 배우들은 테라지마의 발언을 우스갯소리롤 받아들이는 듯 하다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이 논란이 될 것을 우려했는지 나고시 토시히로 감독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만두라"며 테라지마를 제지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키무라 유이치가 "이제부터 사죄회견입니다"라고 말했고, 배우 키노시타 호우카는 "사과해"라며 말을 보탰지만 어색해진 분위기는 풀리지 않았다.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던 하쿠류는 처음에는 "도대체 뭐라는 거야"라며 잠시 웃기도 했지만 이내 손을 바지에 찔러 넣은 뒤 굳은 표정을 지었다. 퇴장 할 때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했다.

    나고시 감독이 마무리를 지었지만 그 역시 북한 미사일에 대해서만 잠시 언급했을 뿐 '조센징'이라는 혐한 표현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된 이 공식 영상은 논란 이후 삭제됐지만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퍼나르면서 발언 당시 상황이 담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63년생인 테라지마는 10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명품 조연'으로 유명하다. 재일한국인 감독의 영화와 재일한국인의 애환을 그려낸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박치기! 러브 & 피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일본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비난이 쏟아졌고, 국내에서 문제의 발언이 보도되기 시작하자 세가는 발생 이틀만인 28일 한국 홈페이지를 통해 세가 게임스 명의로 'SEGA 주최 이벤트에서의 발표자 발언에 대한 사죄'라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세가 측은 "26일 개최한 '용과 같이 스튜디오'의 신작 발표회에서, 발표자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여러분들께 불쾌한 심정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라며 "SEGA 그룹은 전세계 플레이어분들께 감동의 체험을 전달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가 일본 홈페이지(https://sega.jp), (http://sega.co.jp)나 글로벌 홈페이지(www.sega.com)에는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았다. 발언 당사자인 테라지마도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세가의 플레이스테이션용 콘솔게임 시리즈 최신작인 '용과 같이 6 : 생명의 시'는 지난해 12월 한국어판 출시가 돌연 취소됐다. 야쿠자를 소재로 한 이 게임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함 ‘야마토’와 극우 기업 등이 등장해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화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난이 거세지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한국 사업 법인인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는 게임 내용 일부 수정까지 검토했다가 결국 한국발매를 취소했다.

    극우성향 내용이 포함돼 한국 출시가 취소된 '용과 같이 6 : 생명의 시'

     

    '용과 같이 : 극 2'는 전작인 '용과같이 6 : 생명의 시'와 같은 드래곤 엔진으로 개발하고 ' 용과 같이 : 2'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한국에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태가 확산되면서 한국발매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 소식을 접한 게이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본풍 게임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게임계의 특성상 일본의 극우·한혐 게임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게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전범국인 일본과 미국 등 연합군의 교전을 다룬 비디오 게임 '대전략 대동아흥망사'와 '태평양의 폭풍' 시리즈는 대표적인 일본 침략전쟁 미화 게임으로 시스템소프트 알파가 내놓은 작품들이다. 선정성 등의 문제로 국내 판매가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과거에도 '현대대전략'이라는 전략 시리즈 게임에 독도를 침탈하는 스토리를 담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동아 흥망사' 시리즈

     


    '다케시마 탈환'

     


    지난해에는 일본의 '팀 다케시마(Team Takeshima)'라는 한 게임 개발팀이 조선왕조와 명성황후 등을 폄훼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내용 일색으로 욱일승천기를 든 미소녀들이 독도를 점거하는 '다케시마 탈환'이라는 극우성향 게임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블리치'의 작가 쿠보 타이토는 2012년 트위터에 독도 망언이 담긴 기사를 리트윗하고 이전에도 자위대를 찬양하는 등 군국주의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빗기도 했다. '블리치' 역시 게임으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일본의 극우성향 게임들은 조잡하게 만들어진 경우도 흔하다. 게임 스토리나 시스템, 성능 대신 군국주의나 극우, 인종혐오 등의 편향된 세계관을 담아 한반도를 침탈하거나 미국·연합군 등과 맞서 이기는 재미에 중심을 맞춰 이른바 '넷우익'(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며 제노포비아, 국우, 역사왜곡 성향 등을 띄는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한다.

    한 게이머는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군국주의나 극우주의, 혐한과 같은 왜곡된 시각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과 같은 문화 콘텐츠에 담겨 고묘하게 전파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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