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고민' KIA는 최근 불펜이 리드 상황에도 잇따라 무너지면서 충격적인 끝내기 2연패를 안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자료사진=KIA)
올 시즌 프로야구 1위 KIA의 불펜 약점이 잇따라 노출되고 있다. 역대 9회말 최다 점수 차 역전패를 당한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또 다시 끝내기 패배를 안으며 가을야구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KIA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연장 10회말 3-4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7회까지 3-1로 앞서다 당한 뼈아픈 패배다.
무엇보다 KIA는 이틀 전 악몽을 씻어내지 못했다. 3일 넥센과 고척 원정에서 KIA는 9회초까지 7-1로 앞서다 9회말 대거 7실점하며 7-8 대역전패를 안았다. 역대 KBO 리그 9회말 최다 점수 차 역전패의 아픔을 당한 데 이어 이틀 만에 다시 끝내기 패배를 안은 것이다.
확실히 KIA 불펜은 문제다. 전반기 평균자책점(ERA)이 10개 구단 중 최하위(6.22)였던 KIA 불펜은 후반기 살아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7위(5.55)에 머물고 있다. 10개 팀 중 2위인 선발진(4.36)에 비해 약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LG전에서는 필승조 김윤동과 김세현이 동시 출격했다. 3일 넥센전에서 앞선 연투 부담으로 결장했던 둘은 이날 7이닝 1실점한 선발 팻 딘에 이어 8회 등판했다. 그러나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0회말 결국 김세현이 끝내기 안타를 맞고 KIA 이적 후 첫 패전을 안았다.
5일 LG와 잠실 원정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 투수가 된 KIA 김세현.(자료사진=KIA)
하지만 현 상황에서 여전히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1위 KIA다. 밑에 있는 팀들이 찾아온 기회를 걷어차고 KIA와 승차를 좁히고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KIA는 2주 전 무섭게 추격해온 2위 두산을 연파하며 정규리그 우승 도전의 자격을 입증했다. 승부처에서 강한 집중력을 과시했다.
2위 두산은 이날 한화와 대전 원정에서 4-6 패배를 안았다. 공식 실책은 1개였으나 보이지 않은 실책들이 잇따르면서 쓴잔을 맛봤다. KIA와 승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하위권 팀에 패배를 당했다.
당초 두산은 올해 우승 후보 1순위였다. 지난해 통합 우승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KS)를 제패한 전력이 고스란히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최다 인원(8명)을 차출하면서 변수가 예상됐다. 오재원과 허경민 등은 WBC 출전에 따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개인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데 대표팀 차출 등으로 담금질이 부족했다.
유격수 김재호는 부상으로 쓰러진 상황이다. 최주환, 류지혁 등이 내야진 공백을 메웠지만 지난해보다는 살짝 헐거워졌다. 두산은 지난해 144경기에서 최소 실책(79개)으로 2위 삼성과 11개나 적었다. 올해는 125경기 만에 벌써 78개를 기록 중이다. 넥센, 롯데(이상 77개)보다 1개 많다.
물론 두산은 후반기 거침없는 기세를 보여왔다. 8월 19승7패1무로 월간 승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올스타 휴식기 이후 29승12패2무로 승률 7할7리를 찍고 있다. 그러나 최근 힘에 부친 모양새다. 최근 5경기 1승4패로 1.5경기까지 따라붙었던 KIA와 승차가 4.5경기까지 벌어졌다.
5일 한화와 대전 원정에서 아쉬운 수비로 패배의 한 원인을 제공했던 두산 내야수 오재원.(자료사진=두산)
지난해 두산 우승의 원동력이던 선발진도 다소 흔들린다. 2016년 22승(3패) ERA 2.95로 MVP에 오른 더스틴 니퍼트는 올해 13승7패 ERA 3.50으로 지난해만 못하고, 18승을 거둬준 마이클 보우덴은 부상으로 2승(5패)에 그쳐 있다. 장원준이 ERA 1위(3.10)에 12승(7패)으로 꾸준하지만 유희관은 8승6패 ERA 4.85로 지난해 15승 페이스는 아니다.
선발진의 무게감에서 두산은 결코 KIA에 앞선 것이 아니다. 다승 공동 1위(17승)인 KIA의 원투펀치 헥터 노에시, 양현종이 나설 KS에서 두산의 승산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수진의 수비와 불펜이 열세를 만회해줘야 하는데 시즌 막판 체력 유지가 관건이다.
전반기 KIA와 1위 경쟁을 했던 NC도 마찬가지다. NC 역시 전날 삼성과 대구 원정에서 3-9로 덜미를 잡혔다. 에이스 에릭 해커의 조기 강판 악재 속에 두산과 2경기 승차를 줄일 기회를 잃었다.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는 4위 롯데가 SK에 지면서 2경기 차가 유지된 게 NC로서는 다행이었다.
지금 기세로만 본다면 가을야구에서 KIA를 위협할 팀은 오히려 롯데다. 비록 5일 경기에서 6연승이 무산됐지만 후반기 롯데는 28승13패1무로 두산 다음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다만 롯데는 얼마나 순위를 끌어올리느가 변수다. 만약 4위로 시즌을 마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2위는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하지만 3, 4위는 준PO를 거쳐야 하는 까닭에 체력 소모가 적지 않다.
시즌 막판 뒷문이 헐거워진 KIA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두산, NC. 다가올 KS에서 과연 어느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