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번즈 (자료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수비가 좋아지니까 투수들도 안정됐다. 실책이 나오면 투수가 맥 빠질수밖에 없는데 요즘은 큰 실수없이 넘어가고 있다"
현역 시절 외야수로 494경기 연속 무실책 기록을 세운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점점 더 안정돼 가고 있는 팀 수비력에 마음이 편하다.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는 수비가 얼마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지, 또 롯데 수비가 얼마나 안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롯데가 먼저 앞서갔다. 1회초 2점을 뽑았다. 전준우가 개인 통산 6번째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때렸다. 손아섭의 2루타가 터진 뒤 이대호가 적시타를 때렸다.
이후 승부는 팽팽했다. 소사는 초반 흔들렸지만 이후 롯데 타선을 봉쇄했다. 7이닝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볼넷없이 7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아내의 출산을 보기 위해 지난주 미국에 다녀온 롯데 선발 레일리도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위기는 있었다. 6회초였다. 레일리는 선두타자 오지환을 몸 맞은 공으로 내보낸 뒤 1사 후 보크를 범해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채은성이 유격수 땅볼을 쳤다. 롯데 유격수 문규현은 1루 대신 3루로 공을 뿌리는 과감한 판단을 했다. 결과는 아웃. 레일리는 크게 기뻐했다. 박용택을 3루 앞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7회초에는 무사 1,2루라는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이형종이 때린 잘 맞은 타구가 평소보다 전진 배치된 2루수 번즈를 향해 날아갔다. 번즈는 남다른 순발력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았다. 이어 2루를 향해 뛰는 문규현에게 빠르게 토스했고 공이 대주자 최재원의 귀루 속도보다 빨랐다.
순식간에 득점권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롯데 선수들은 포효했다. 번즈는 크게 기뻐했고 레일리는 손가락으로 롯데의 키스톤 콤비를 가리키며 '리스펙트(respect)'를 보냈다.
이처럼 롯데는 경기 후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눈부신 내야 수비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날 경기의 유일한 실책은 롯데가 기록했다. 2회초 1사 1루에서 레일리가 1루 견제 악송구를 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큰 실수'는 아니었다. 레일리는 힘이 넘쳤고 1회초 롯데 타자들의 선취 득점으로 부담은 적었다. 레일리는 두 타자를 연거푸 잡아내고 불을 껐다.
롯데는 LG를 2-1로 눌렀다. 시즌 전적 72승59패2무를 기록해 단독 4위를 굳게 지켰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1만7,685명의 관중이 입장해 LG는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 최다인 통산 12번째로 100만 관중(2017년 누적 관중 100만3,958명, 평균 1만5,687명)을 돌파했다.
LG 관중석은 레일리의 호투와 롯데 수비의 활약에 비교적 조용했다. 8회말 2사 2루에서 채은성이 롯데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올라오자마자 좌전 적시타를 때리자 환호는 점점 커졌다.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손승락은 결국 1점차 승리를 지켰다. 1루 관중석을 침묵에 빠뜨린 장면 역시 롯데의 수비였다. 유격수 문규현이 9회말 선두타자 최재원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뒤 정확한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결정적인 수비였다.
조원우 감독은 "문규현과 번즈가 좋은 수비를 펼쳐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고 마무리 손승락도 "문규현의 수비가 결정적으로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손승락의 선행주자 실점으로 레일리의 최종 기록은 7⅔이닝 4피안타 1볼넷 9탈삼짐 1실점이 됐다. 시즌 11승(7패)째를 안았다. 손승락은 시즌 34세이브를 올리며 부문 단독 1위를 질주했다.
LG는 5위 탈환의 기회를 놓치며 시즌 전적 63승61패3무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