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댓글부대를 운용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유죄 판단에 결정적 증거가 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 전 원장은 정치 개입뿐만 아니라 ▲검찰인사 개입 ▲사법부 독립성 침해 ▲보수단체 밀어주기인 '화이트리스트' 작성 등을 적극적으로 지시한 정황도 포착된다.
◇ '검사 블랙리스트' 존재하나?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식 수사로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 판결문을 보면, 그 배경에 국정원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다.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검찰인사에 관여한 흔적이 나오는 탓이다.
▲ 2009년 6월 16일 회의 발언
"내가 저쪽 검찰에 있는 사람을 만나보니까 이렇게 나오더라구요. 지금 검사 중에서 그 10년에서 20년 된 사람. 20년 넘은 사람 이렇게 있는데
10년 이렇게 저기 안 된 사람들은 완전히 좌파정권에 들어와 가지고 아직 그런 물도 좀 들었고…"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임용된 대부분의 검사 성향을 '좌파'로 규정하고 '교육대상'으로 분류했다.
"아직 완전히 들지도 않았거나 그러니까
잘 교육시켜서 가야될 것 같고…(중략)…그 실제 일보다도 인사쪽으로 이렇게 해서 혜택을 받아가지고 온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좀 쓰면 좋겠다. 근데 20년쯤 넘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사람은 그래도 이제 한
10년 이상을 옛날 보수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이니까 그거는 잘만 알려 주면은 금방 돌아올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전에 임용된 검사들은 보수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해 왔기 때문에 국정원이 나서면 다시 정치검찰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기간에 따라서 이제 어떤 사람은 한 1년밖에 안 됐고 좌파정권 10년으로 따라왔고, 어떤 사람은 한 8,9년 10년 가까이 된 사람들은 이제 보수정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니까 거 좀 저기 거 괜찮은데 그때 뭐 이제
잘못알고 저기 잘못 배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걸러 나가면서 하고 그런데 우리 원도 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특히 좌파 성향으로 낙인찍은 검사들에게 불이익, 즉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검찰조직을 장악하라는 지시로 분석된다.
◇ 사법부 불신과 장악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박종민 기자)
원 전 원장은 사법부 역시 '좌파' 성향으로 믿을 수 없는 조직이라는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 2011년 1월 21일 회의 발언
"내가 이제 항상 느끼는 건데 이게 우리가 그 좌파정권 10년 동안 계속 우리 몸에 밴 건데…(중략)…우린 정보기관인데, 뭘 던져 놓으면 항상 이거 저
사법처리가 될 거 같고 이런 시간을 해가지고 그래 시간을 다 보낸단 말이에요. 차단, 예방, 차단 이게 우리가 할 일인데 그 예를 들어 다 우리나라 쳐 들어오고 난 다음에 사법처리가 뭐예요. 그때는
판사도 아마 저기 이미 적이 돼 가지고 사법처리가 안 될거야. 그 사람들도 똑같은 놈들일텐데"
원 전 원장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한 댓글부대 운용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규정한 좌파정부의 사법부는 '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한이 대남공작에 성공하면 사법부도 종북세력이 되기 때문에 당장 사법처리를 염두해 두지 말고 댓글부대를 운영하도록 주문한 것으로도 읽힐 여지가 있다.
▲ 2009년 5월 15일 회의 발언
"(가수 신해철의 '경축 인공위성 발사성공' 글 게시 관련) 인터넷은 훨씬 더 문제란 말이예요.…(중략)…또 그게 그만큼 여러가지 문제 있다는 거를 여러분들이 아시면 이제는
법원에도 그걸 설득을 시켜야 돼요.…(중략)…옛날처럼 이건 뭐 그걸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고…(중략)…일반포털에서 받아 가지고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 눈에 그게 보이게 했냐 말이야. 그런걸 놔둔다 그러니까 그런 자체를 빨리 우리가 이제 바꿔야 되겠다"
이는 국정원이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시로 보인다. 다만 독재정권 시절처럼 공안사건으로 몰고가기보다 은밀하게 정보통신기본법 등 은밀한 법을 적용하거나 국정원이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시로 풀이된다.
◇ 원세훈식 '블랙‧화이트 리스트' 관리원 전 원장이 '종북좌파'로 규정한 인물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보여주기식 탄압을 할 것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과 사법부 장악을 지시한 이유로도 해석된다.
▲ 2012년 2월 19일 회의 발언
"야당이 되지않는 소리하면 강에 처박아야지…(중략)…
잘못하면 한 놈만이라도 명예훼손으로 집어넣고 그냥 손해배상 청구하고 막 이런 식으로 해서 싸워야지. 그래야 함부로 안 달려들지"
원 전 원장 또 은밀하게 보수단체를 지원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공백은 국정원 측이 삭제한 내용이다.
▲ 2010년 11월 19일 회의 발언
"각 지부에서 좀 특히 보 지킴이 있다고 해서…(공백)…우리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그런 세력으로 키워 나가고 그리고 또 전국단위라도 좀 만들고, 또
직접 아닌 간접적인 방법으로 뭐냐면…(공백)…도 좀 지원해주고 직접 지원하면 바로 무슨 문제 생길거야. 그러니까
간접적으로 이렇게 해가지고 어쨌든 지역의 무슨 단체라든가 이런 통해서라도 지원해서"
▲ 2011년 1월 21일 회의 발언
"지금 좌파에 좌파들의 뭐냐 하면 무상 포퓰리즘에 대해서 확실히 차단을 하세요. 차단을 하고 차단은 그냥 차단이 안 되는 거고. 아까 말한 대로
우리 조직들, 모든 직들을 좀 지원하고 또 끌고 나가면서 차단하도록 좀 해주기 바라고요"
◇ '노무현 때문에 집값 떨어졌다'…강남‧수지‧분당 겨냥원 전 원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며 국정원에 국론분열을 지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들을 '너희'라고 지칭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 2012년 1월 27일 회의 발언
"분양가상한제 같은 것을 법으로 만들어 가지고, 법으로 만들어 가지고 야당에서 죽자고 안놔주면서 집값 안 올라가게 집값 떨어뜨려놓고 이제 중산층 와해 시켜 가지고 이제 자기들 패거리로 만들려고 하는…(중략)…이 정책이 누구 정책이냐 그거야. 이 정부 정책이냐, 노무현 정책이냐, 노무현 정책인데 시행은 이 정부에서 됐는데 그걸 풀어 볼려니까 뭐냐 하면은 야당에서 극구 반대하니까 그걸 못 풀고 있다. 그걸 국민에게 알려줘야지. 그러니까 뭐냐 하면은
너희가 정말 이거 살아나려면 이명박 정부를 잘 지지해야 너희들이 살아 날 수 있다. 이걸 여기 있는 집 사 있는 사람들 다 집값 떨어졌지. 여기 수지 사람들 많잖아, 이쪽에 분당 사는 사람들 많을 거고, 강남 사는 사람들도 집값이 많이 떨어졌을 거고, 떨어진 게 누구 정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