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불안 어쩌나…'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실점을 하고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모든 참가국이 최정예 멤버로 나서는 월드컵. 이 무대에서 실수는 곧 실점, 그리고 그 실점은 결국 패배로 이어진다. 골을 아무리 많이 넣더라도 그만큼 실점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이 결국 축구다.
득점이 없더라도 실점하지 않으면 지지 않는 것 또한 축구다. 하지만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득점은 없었지만 실점이 넘쳐났다. 상대가 잘했다기보다 수비진의 잦은 실수로 인해 스스로 무너졌다. 결국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이후 치른 첫 모의고사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했다. 신 감독 부임 이후 득점과 실점이 없었던 대표팀은 이날도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수비 불안으로 3골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신 감독은 수비진에 큰 변화를 줬다. 앞서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연전에서 포백을 썼던 대표팀이 이날은 스리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K리거를 제외하고 해외파로만 23명을 채운 대표팀은 유일한 왼쪽 풀백 전문 요원이었던 윤석영(가시와 레이솔)이 햄스트링을 다쳐 빠지게 되면서 결국 권경원(톈진 취안젠)-장현수(FC도쿄)-김주영(허베이 화샤)으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결국 이 조합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잦은 실수로 인해 대표팀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수비 불안을 이 경기에서도 지워내지 못했다.
수비수들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었다. 전반 22분 권경원과 김주영이 우리 진영에서 서로 엉키면서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알렉산드르 코코린에 슛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권경원과 장현수는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의 패스를 받은 뒤 러시아 공격진에 공이 잘리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노출했다.
실점 과정에서의 수비 집중력 불안은 특히 심각했다. 한국은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첫 실점을 했다. 표도르 스몰로프가 수비수 뒤에서 천천히 빈 곳으로 이동해 머리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김주영은 스몰로프를 뒤에 두고 공에만 집중하다 움직임을 완벽히 놓쳤고 결국 실점 과정을 가만히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주영은 자책골까지 기록하며 고개를 떨궜다. 후반 9분 코너킥 상황에서 코코린의 머리에 맞고 뒤로 흐른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두 번째 실점을 기록했다. 김주영은 2분 뒤 러시아의 역습 과정에서 또다시 자책골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번 흔들린 수비진은 이후 안정감을 되찾지 못했다. 후반 37분 니콜라이 자볼로트니의 슛을 김승규가 막아냈다. 그러나 이후 쇄도한 알렉세이 미란추크를 막지 못해 네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김주영은 자볼로트니의 슛을 지켜보다 마크해야 할 미란추크를 놓치면서 모든 실점에 연관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계속 범했다.
사실 더 점수를 내줬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그만큼 한국의 수비진은 실수가 잦았고 안정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권경원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득점으로 완패는 면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매우 중요했던 러시아와 평가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신 감독은 더욱 힘든 상황에 몰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