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각고의 진통 끝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10일 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개막식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은 야외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스타들로 뜨거운 열기가 감돌았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장동건과 가수 겸 배우인 소녀시대 윤아가 맡았다. 본래 김하늘이 장동건과 호흡을 맞추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임신 소식이 전해져 여성 사회자가 윤아로 긴급 교체됐다. '불통' 논란을 빚은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은 올해를 끝으로 영화제를 떠난다.
부산영화제는 어김없이 한국영화 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식으로 개막을 알렸다. 크리스토프 테레히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집행위원장, 고(故) 스즈키 세이준 감독이 각기 상을 수상했다.
크리스토프 테레히테 집행위원장은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해준 고(故) 김지석 프로그래머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했다.
곧바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 소개가 이어졌다.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장선우 감독, 김영조 감독, 배우 권해효, 김호정 등이 무대에 올랐다.
올리버 스톤 심사위원장은 "중요한 시점에 부산에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는데 이런 시기에 많은 예술인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 평화를 갈구하는 마음이었으면 한다"고 한반도 위기 상황을 언급했다.
개막작 '유리정원'의 소개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신수원 감독과 배우들은 무대 위에 올라 올해 부산영화제에 각자 가진 바람을 이야기했다.
주연작으로 처음 부산영화제를 찾은 문근영은 "이런 멋진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 날씨가 쌀쌀하긴 하지만 여러분 가슴에 영원히 남는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신수원 감독은 '한국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말에 동의하며 "인간의 욕망 때문에 전쟁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가장 가까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부산영화제도 몇 년 간 어려움을 겪었다. '유리정원'에 죽어가는 고목나무가 나오는데 결국 어떤 나무보다 강한 생명력으로 숲에서 살아남는다"고 어떤 세력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영화제의 강한 생명력을 강조했다.
오늘(12일) 개막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1일까지 총 75개국 298편의 다채로운 영화들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