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승부 합시다'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KIA 김기태(왼쪽), 두산 김태형 감독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사진=KIA)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두산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이 열린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의 표정은 밝았다. 전날 1차전을 앞두고는 다소 긴장된 기색이 보였지만 한 경기를 치러서인지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전날 더그아웃에서 경기 전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이날은 인터뷰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미출장 선수로 투수 박진태가 연이틀 오른 데 대해 김 감독은 "팀의 11, 12번째 투수로 큰 점수 차가 아니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뺀 것"이라면서 "혹시 나중에 선발로 투입될 것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큰 의미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시구에 대한 소회도 들려줬다. 김 감독은 "대통령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경기장까지 찾아와 주셔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전날 문 대통령은 1차전 시구를 하면서 대선 기간 공약을 지켰다.
문 대통령과 에피소드에서 김 감독은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사실 대통령과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면서 "만약 가까이 갔다가 경호원이 밀치면서 제지라도 할까 봐서였다"며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그래도 여기서는 내가 대장인데 그러면 좀 그렇지 않느냐"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날 필승 의지를 다졌다. 김 감독은 "오늘 선발이 양현종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선발 자원인 팻 딘과 임기영도 투입될 수 있다"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김태형 "오재원, 사인 미스하더라" 폭로
김태형 두산 감독의 표정은 훨씬 더 밝았다. 아무래도 전날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탓도 있지만 이날 베스트 라인업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허리와 어깨가 좋지 않았던 주전 포수 양의지와 유격수 김재호가 선발로 나선다. 지명타자 닉 에반스도 모처럼 출전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감독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경기 전 보고에 부상 선수가 있어 빠진다고 하면 우울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1차전에서 두산은 양의지, 김재호가 선발 수비로 나서지 못했다. 양의지는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마스크는 박세혁에게 넘겼다.
이어 김 감독은 "하지만 베스트 멤버가 나가면 아무래도 기분이 좋다"면서 "벌써 표정이 다르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에반스의 출전에 대해 김 감독은 "오늘 사우나에서 봤는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더라"면서 "그동안 자숙할 시간을 가졌겠지"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전날 4회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 타점을 올린 오재원에 대한 일화도 들려줬다. 김 감독은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한가운데 공을 기다리더라"면서 "볼넷을 얻어내긴 했지만 나중에 '왜 안 쳤냐'고 물어보니 '웨이팅 사인이 나온 줄 알고 기다렸다'고 하더라"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내가 감독 3년 하면서 그 카운트에 기다리라는 사인은 한번도 안 냈다"고 좌중을 웃겼다.
역시 이날 승부에 대한 의지는 단단했다. 김 감독은 "상황에 따라 마무리 김강률을 어제처럼 8회에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유의 유머 감각을 되찾으면서도 필승을 다짐한 두 팀 사령탑. 과연 경기 후 누가 더욱 큰 웃음을 지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