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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구타는 기본, 성희롱까지…해경 가혹행위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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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구타는 기본, 성희롱까지…해경 가혹행위 천태만상

    제주해경 의경 경비함에서 부당행위 지속…해경 내부 조사나서

    제주해양경찰서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해경 의무경찰이 선임병의 가혹행위에 정신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성희롱은 물론 10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양경찰청에 접수됐지만 정작 일선 서에서는 간부들을 상대로 '의경 갑질 행태 예방교육'만 실시한 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발령 하루 만에 폭행…선임병은 근신 3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월1일 신병 6명이 제주해양경찰서 의무경찰로 발령받았다. 이 가운데 A이경이 발령 하루만에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선임병에게 구타를 당했다.

    A이경은 폭행 사실을 숨기다 병원에 이 사실을 알렸고, 정신 불안 증세 등 2차 사고가 우려된다는 병원 소견에 따라 현재 청원휴가를 낸 상태다.

    이 사실을 본 신임 이경 B씨는 의경 지도관의 조사에서 폭행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경들은 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B이경은 이 때부터 선임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B이경은 "샤워 시간에 왜 물을 틀겠다고 말하지 않았는지, 왜 슬리퍼를 신고 일하는지 등으로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며 "같은 청소를 하루 종일 시키고, 조금의 실수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괴롭혔다"고 말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의경들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해양경찰서는 내부 징계위원회를 열고 가해자에게 근신 3일을 처분했다.

    ◇ 새벽 5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함정까지 이어진 부당 행위

    B이경은 지난 9월 초 일주일 가량의 내무반 생활을 마치고 제주해경 3천 톤급 경비함정으로 발령받았다.

    이 함정에는 의경 13명과 직원 30여 명 등 50명에 가까운 인원이 근무한다. 이 가운데 취사반은 막내급 의경 3명이 담당한다.

    B이경은 오전 5시30분에 기상해 밤 10시 취침 전까지 이어지는 취사보조와 청소를 비롯해 직원 빨래와 야식 조리 등의 문제를 국민신문고를 통해 알렸다.

    의무경찰 복무관리 지침에 따르면 의경은 주 45시간 근무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함정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3일 간부들을 대상으로 '의경 갑질 행태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함장은 교육을 받고 함정으로 돌아와 의경들을 소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B이경은 "함장이 의경들을 모아 'X새끼들, 추석 때 특박도 보내주고 생활 편하게 해주니까 이 모양이냐. 점호 시간 어기기만 해봐라. CCTV 다 돌린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이경은 또 함장이 "휴가도 나의 권한이다. 휴가 나가는 건 안보내면 그만이다. 적응 못하는 사람을 왜 휴가를 보내주냐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제주해양경찰서 경비함정 (사진=자료사진)

     

    함장 C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집 사실을 인정했다. C씨는 "비슷하게 이야기한 건 맞지만 욕설과 CCTV 관련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휴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법으로 규정한 정기 휴가가 아닌, 함장이 재량으로 줄 수 있는 휴가를 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빨래도 직원들에게 직접 하라고 지시했고, 의경들의 운동과 생활을 위해서도 신경써왔다"며 "함정이라는 특수여건상 45시간 근무를 지키기 힘들고, 계급별로 순차적으로 맡은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누나랑 간호플레이 할 수 있겠다"…성희롱까지

    B이경은 선임병의 성희롱에도 시달려야 했다.

    B이경은 선임병이 가족관계를 물어와 간호사 누나가 있다고 답하자 "나 이제 너희 누나랑 잘 수 있겠다. 집에 간호복 있느냐"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내용은 의경지도관들에게 전달됐으며 선임병이 사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에 대한 처분은 없었다.

    B이경의 일기장. 일기에는 그 동안 벌어졌던 일들과 평소 본인이 느꼈던 감정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면담 일지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신임 의경은 지침 상 일정 기간 동안 2주 단위로 신상면담부를 작성한다. 작성된 일지는 함정 부장에게 제출한다.

    일지는 '괴롭히는 선임이 있는 지', '내가 못난 점이 있는지', '근무 중 애로사항이 있는지' 등의 10여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B이경은 "면담 일지를 작성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뒤 부장에게 갔다"며 "이 과정에서 파일철 안에 있는 면담 일지를 확인했는데 일부 '예'라고 작성된 부분이 모두 '아니오'로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면담 일지를 적을 때 함정 의경 지도관이 항상 날짜를 적지 말라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함정 의경 지도관은 이에 대해 "면담일지가 바뀐 것은 확인해야 한다"며 "날짜를 적지 않은 것은 직원이 최종적으로 면담한 날짜를 쓰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불거진 뒤 의경들이 사용하는 함정내 전화를 당직실 직원 옆에서 사용하도록 한 점도 의문이다.

    해당 함정에서 의경이 전화를 사용할 수 있던 곳은 조타실과 기관실, 당직실 등 3곳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전화 요금이 정해져 있어 요금 초과 문제 등으로 전화 사용 시간이 한정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함정 내 의경들이 핸드폰을 몰래 반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경 관계자는 "복무 지침상 핸드폰을 반입할 수 있지만 의경 관리자가 보관하고 있다가 외출이나 외박, 휴가 때 반출해 주고 있다"며 "내부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정기적으로 점검해 지난 상반기에도 일부 적발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해양경찰서는 문제가 불거지자 전 함정 이경을 대상으로 근무 실태를 점검하고,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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