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함께 방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첫날 일정은 일부 우려됐던 돌출발언 등의 해프닝 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나 ‘북한 완전 파괴’ 등의 호전적 발언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는 한 축으로 작용해왔기에 이번 방한 메시지는 초미의 관심이었다.
그는 방한 직전 미일 정상회담에선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그 연장선상에서 강경 메시지가 이어질 가능성도 예견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돌발적인 언행이 적지 않았던 점은 살얼음판 같은 북핵 위기 국면에서 추가적인 위험 요소였다.
만약 북한을 자극하는 돌출발언이라도 튀어나올 경우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으며 한미정상회담의 외교 성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한 첫날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며 정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7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 도착 이후 캠프 험프리스 방문을 시작으로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이후 이어진 청와대 만찬 등의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방문국가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물론 무기 구매 요구와 한미 FTA 개정에 대한 물밑 압력이 강하게 제기되긴 했지만 예상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There will be no skipping South Korea)이라고 천명한 것은 우리 입장에선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킴으로써 소모적 논란을 막고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동아시아 순방 일정에서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은 1박2일만 배정한 데서 오는 ‘외교 홀대’ 의구심도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됐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모테나시’로 불리는 일본 특유의 극진한 손님 접대에도 불구하고 무역역조 개선 압력이란 청구서만 받아듦으로써 ‘과공비례’란 국내의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이 같은 아베 총리의 외교 성적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조수’(loyal sidekick)이라고 비꼬았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아름다운 환영식을 열어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면서 관련 동영상을 싣고 “언제나 기억할 것”(It will always be remembered)이라고 밝힌 것은 적어도 의전 면에서는 우리 외교당국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