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 재자격을 얻었지만 보상 선수 규정과 적잖은 나이 등으로 어정쩡한 상황에 놓인 최준석(왼쪽)과 손시헌.(자료사진=롯데, NC)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 스포츠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840만 관중에서 보듯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데다 올스타전이나 미디어데이 등 각종 행사도 유연한 진행과 흥행으로 다른 종목의 본보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프로야구 행사를 견학해 참고하는 타 프로 종목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1982년 가장 먼저 프로를 출범한 종목답게 맏형으로서 위치를 지키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도 가장 많다는 것은 인기의 척도가 될 만하다.
하지만 FA(자유계약선수) 제도에서만큼은 프로야구가 시대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급 FA의 경우 몸값이 하늘을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FA들은 제도에 발이 묶여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올해 FA 시장에서도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 사실상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실패하고 돌아온 황재균(30)은 kt와 4년 88억 원 대박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다른 FA들, 특히 준척급 이하 선수들의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물론 대어들이 정리된 이후 계약이 이뤄지는 특성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어정쩡한 신세의 FA들의 처지가 딱하다는 지적이다.
프로야구 FA는 원 소속구단이 아닌 다른 팀이 영입을 하면 보상을 해줘야 한다. FA의 원 소속팀에 직전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1명 또는 직전 연봉의 300%를 줘야 한다. 이러니 대어가 아닌 FA를 다른 팀이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노장 선수들은 더욱 이런 제도의 맹점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뒤 만 35세 이상으로 보상이 없는 FA로 풀려 오리온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김동욱.(자료사진=KBL)
그렇다면 반대로 프로야구가 다른 종목을 참고하는 건 어떨까. FA 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하고 변화시킨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이다.
프로농구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프로농구는 사실 보상 선수에 대한 규정이 더욱 까다로웠다. 프로야구는 보상 선수에 대한 보호 선수가 20명으로 묶이지만 프로농구는 3명이었다. 여기에 영입 FA까지 보호 선수로 넣어야 하는 '이상한' 규정까지 있었다.
때문에 2007년 전주 KCC 핵심 선수였던 이상민(현 서울 삼성 감독)이 FA의 서장훈의 보상 선수로 팀을 이적해야 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프로농구에서 FA 영입은 언감생심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이후 프로농구는 보완을 거쳐 안전장치들을 마련했다. 현재 프로농구 FA는 보수(연봉) 순위와 나이에 따라 보상 규정이 다르다. 보수 순위 30위 밖이나 만 35세 이상의 FA들은 영입에 따른 보상이 없다. 일본 프로야구의 FA 등급제에 나이 규정까지 더해진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나름 활발한 영입전이 이뤄질 수 있다. 지난 시즌 뒤 고양 오리온의 만능선수 김동욱(37)이 삼성으로 이적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은 보상 선수 고민 없이 김동욱을 영입할 수 있었다.
올해 프로야구 FA들을 보면 이종욱, 손시헌 등 노장들이 있다. 여기에 최준석, 채태인, 지석훈, 김승회 등 알짜배기 FA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보상 규정에 선뜻 다른 구단들이 입질을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를 선도하는 프로야구가 서둘러 FA 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