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의 4번 타자 김하성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 일본과 개막전에서 4회초 솔로 홈런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BO 제공)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치열한 승부 끝에 한일전에서 고개를 떨궜다. 반전을 거듭한 '도쿄돔 드라마'에서 한국은 결국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개막전에서 연장 승부치기 접전 끝에 일본에 7-8로 패했다.
한국은 선발 투수로 장현식을 내세우고 파트너로 한승택(포수)을 낙점했다. 내야 수비는 하주석(1루수), 박민우(2루수), 김하성(유격수), 정현(3루수)으로 꾸렸다. 외야는 주장 구자욱(우익수)과 안익훈(중견수), 이정후(좌익수)가 나섰다.
이에 맞서는 일본은 15승 투수 야부타 가즈키를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이어 야마카와 호타카(1루수), 교다 요타(2루수), 겐다 소스케(유격수), 니시카와 료마(3루수)가 내야에 포진됐다. 우에바야시 세이지(우익수)와 구와하라 마사유키(중견수), 도노사키 슈타(좌익수)가 외야를 채웠다. 포수 마스크는 가이 타쿠야가 썼다.
경기 초반은 잔잔하게 흘러갔다. 양 팀 투수의 컨디션을 파악하기 위해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한국의 선발 투수 장현식이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 일일본과 개막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BO 제공)
선발 장현식은 특유의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일본 타자를 상대했다. 일본의 야부타 역시 빠른 직구에 변화구를 섞어가며 한국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 주력했다.
선 감독은 단기전 싸움에서는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은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3회말 2사 이후 장현식이 겐다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 곤도의 타구가 내야에서 크게 튕기며 2루수 박민우 방면으로 날아갔다. 1루수 하주석도 공을 잡으러 나온 상황. 장현식이 베이스 커버가 늦자 박민우는 주자를 확인하고 3루에 공을 던졌다. 하지만 정현이 포구에 실패하면서 겐다가 홈까지 밟았다. 실책이 결국 실점으로 연결된 것이다.
일본의 기세는 얼마가지 못했다. 한국이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대량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공격의 포문은 4번 타자 김하성이 열었다. 김하성은 한국 타선을 무안타로 요리하던 야부타의 145km짜리 초구 직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대회 1호 홈런이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 일본과 개막전에서 4회초 2타점 2루타를 기록하고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사진=KBO 제공)
이후 한국의 타선은 제대로 불이 붙었다. 최원준과 정현이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고 하주석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일본이 자랑하던 선발 야부타의 임무도 여기까지였다. 3⅓이닝 3피안타 2실점의 성적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한국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뀐 투수 곤도 다이스케도 이미 불붙은 한국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대표팀의 막내이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2사 안익훈과 박민우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터트려 점수를 단숨에 4-1로 벌려놨다. 선발 장현식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일본의 반격도 거셌다. 6회말 무사 1루에서 4번 타자 야마카와가 장현식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구창모의 141km짜리 직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한국은 이 홈런으로 4-3으로 쫓겼다.
한국은 9회말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김윤동이 1사 이후 연속 볼넷과 우전 안타를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렸다. 좌완 함덕주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밀어내기 볼넷으로 점수를 내줘 4-4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승부는 연장 승부치기에서 갈렸다. 승부치기는 주자를 1, 2루에 배치하고 공격을 시작하는 룰이다. 한국은 2루에 김성욱을, 1루에는 김하성을 배치했다. 선두타자 최원준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류지혁이 담장을 맞추는 큼지막한 2루타로 팀에 귀중한 1점을 안겼다. 공격은 계속됐다. 1사 2, 3루에서 하주석이 2타점 우전 적시타가 터지며 한국은 7-4로 달아났다.
함덕주는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야마카와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후속 타자 우에바야시에 동점 쓰리런을 내주고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이후 이민호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2사 2루 상황에서 다무라에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패했다.
한국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대만과 조별예선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