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세터 한선수.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한선수는 명실상부 V-리그 최고의 세터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과 볼 배급 능력은 따라올 자가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올 시즌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 자리는 당연히 한선수 몫이지만 점차 코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한서수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에서도 대부분 시간을 웜업존에서 보냈다. 선발로 출전했지만 0-5로 끌려가던 1세트 초반 황승빈과 교체된 이후 다시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박기원 감독은 팀 컬러 변화를 꼽았다. 그는 "한선수도 그냥 선수임은 틀림없다"고 말문을 떼고 "리그 시작할 때 스피드있는 배구 훈련을 해오다가 지금은 다시 바꿨다. 준비한 것이 잘 안 먹히니 다시 옛날로 속도를 늦추니 한선수가 혼란을 겪고 있다. 가스파리니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피드 배구를 집중 훈련했다. 그러나 박 감독의 계산 착오로 이를 완성하지 못하고 결국 시즌을 맞이했다. 한선수 위주로 훈련했던 스피드 배구. 박 감독이 전술을 다시 바꾸니 한선수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선수의 공에 호흡을 맞추던 가스파리니 역시 같이 흔들렸다.
한선수는 매 경기 큰 짐을 안고 코트에 들어섰다. 가스파리니에게는 빠른 토스를, 그리고 레프트 선수들에게는 기존 스피들 공을 배달해야 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이를 조절하기란 베테랑 세터에게도 분명 버거운 부분이었다. 황승빈은 스피드 배구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한선수 정도의 경험을 갖춘 선수라면 이를 이겨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동안 훈련으로 몸에 익힌 부분을 단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 감독도 "결국 한선수가 해줘야 한다. 우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대한항공은 스피드 배구를 포기하고 지난해 스타일로 가기로 굳혔다. 한선수도 다시 감각을 찾아야 한다. 다만 지금 당장은 어렵다. 다시 예전의 감각을 찾기 위해서 한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질타와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닌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