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헌액된 차범근(왼쪽)과 시상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박종민 기자)
"조금 부족하더라도 격려해주세요."
한국 축구는 위기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 그리고 유럽 원정 2연전에서의 기대 이하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았다. 11월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에서 희망을 보여줬지만, 아직 신뢰를 회복한 상태는 아니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64)은 안타까웠다. 비난의 화살이 쏠리면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29일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헌액되면서도 "선수들에게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차범근은 "이제 나이가 예순하고도 반이 지나갔다"면서 "이제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상을 받으니까 나에게 마지막 사명을, 축구를 위해 더 하라는 것으로 이해됐다"면서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차범근은 "대표선수라면 다 사명감이 있다. 사명감 없이는 대표를 할 수 없다. 분위기에 따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기가 저하될 수 있어 그렇게 보여질 수 있다"면서 "다만 우리 선배들보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조금 빈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을 보면 조금 정신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있다"고 강조했다.
11월 평가전 전까지 한국 축구는 길을 잃고 흔들렸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대한 격려도 없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까지 겹치며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차범근은 "감독이 화살을 많이 맞는다. 내 경험으로 보면 감독이 계속 두드려맞고, 흔들리기 시작하면 팀의 기둥들도 확신을 갖지 못한다. 자신감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런 부분이 내 눈에 많이 보였다"면서 "굉장히 안타까웠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조금 부족하더라고 격려가 필요하다. 큰 대회가 다가왔으니 잘못도 지적하겠지만, 일방적인 비난보다 격려도 해주면서 선수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기를 살려주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나오고, 선수들의 경기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에서는 희망을 보여줬다. 차범근 역시 선수들의 태도, 전술적인 변화에 대해 칭찬했다.
차범근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력을 분석해도 분명히 달라졌다. 아주 좋은 경기"라면서 "그 동안 안남미처럼 흩어졌는데 두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전술적으로 좁은 폭안에서 하려고 애썼다.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차범근은 30일 국제축구연맹(FIFA)의 초청으로 12월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 참석한다.
차범근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남미보다는 유럽과 한 조에 속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론 다 섞이겠지만, 그래도 유럽에 몇 나라를 빼면 남미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어디까지나 경기는 끝나봐야 안다. 짧은 시간 변화가 있었으니 남은 시간 잘 준비해서 잃었던 팬들의 신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