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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김태리 "광화문 광장, 마음 불편해서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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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 김태리 "광화문 광장, 마음 불편해서 나갔죠"

    [노컷 인터뷰] '2017' 청년 김태리가 바라 본 '1987'의 모든 것

    영화 '1987'에서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게요. 이렇게 큰 역할을 맡게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넉살 좋은 목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 신중하지만 거짓은 없는 배우, 말해야 하는 순간에는 꼭 이야기를 하는 배우. 이제 막 두 편의 대형 프로젝트를 끝낸 김태리는 그런 배우가 되어 있었다.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세상에서 제일 실감나게 재연하다가도 중요한 질문이 던져지자 곰곰이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만약 의견이나 생각이 없으면 '없다'고 이야기한다. 굳이 무언가를 더 꾸미거나 덧붙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에 군더더기가 없다. 놀라울 정도의 그런 솔직함이 김태리에게 매력을 더한다.

    선하고 정의로운 시민들이 가득한 '1987'에서 김태리가 맡은 연희 역은 삐죽 튀어나온 가시 같다. 그는 끊임없이 가족을 생각하면 어떻게 시위를 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하면 세상이 바뀌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결국 그 해답을 찾아낸다. 그것은 어쩌면 문제들을 외면하고 살아왔던, 혹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우리 대다수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 시대의 청년이자 배우인 김태리와의 일문일답.

    ▶ 유일하게 허구의 인물인데, 이 영화에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 만약 다큐멘터리로만 끝났으면 이 영화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화로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연출 방식이나 편집 방식, 시나리오 구조, 배우들의 쓰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색다르고 신선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내 분량이 크더라. 한 컷, 한 컷 부족한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런 흐름을 만드는 건 감독님의 공이 컸던 것 같다. 물론,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가 필요했다. 책도 읽고, 선배님들이나 작은 아버지가 딱 그 나이대더라.

    ▶ 마지막 장면에서 장준환 감독의 아내인 배우 문소리가 직접 와서 연기 지도도 하고 그랬다던데 현장 분위기가 어땠나.

    - 감동적이었다. 내가 테이크를 좀 많이 가서 군중으로 나온 단역 배우분들이 지친 상태였다. 그 단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문소리 선배님이 연설 같은 걸 하셨다. 지금 이 영화에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있지만 이 사람들 때문에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인공이다. 어떻게 해야겠느냐. 이런 뉘앙스로 이야기하니까 뭔가 뭉클하고 끝까지 힘차게 했던 게 기억난다.

    영화 '1987'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강동원과 함께 했던 장면들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 느낌이었나. 서로 애드리브 같은 것들도 주고받았는지 궁금하다.

    - 선배는 굉장히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현장에서 이 카메라 움직임 다음에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이 장면은 어떻게 사용될지 감이 좋았다. 여기서는 이러지 않아도 되고, 이 부분에서는 힘을 더 써야한다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역시 연륜과 경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애드리브라고 하기 보다는 명동 골목에서 백골단에게 쫓기다가 넘어진 백골단에게 달려가서 발차기를 하는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다. 장준환 감독님이 '헬멧을 썼으니까 머리를 차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해서 '죄송합니다' 하면서 열심히 찼다.

    ▶ 유해진과의 케미스트리도 남달랐다. 코믹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한 가족으로서의 조합이 상당히 따뜻하고 좋더라.

    - 선배와 처음 만났을 때 외삼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니까 외삼촌과 조카 사이가 엄청 가까우니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 마이마이를 줬다가 뺏는 장면에서 내가 성질을 내니까 애드리브로 선배가 '귀엽다'면서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그 느낌이 진짜 조카한테 하는 느낌이라 너무 좋았다. 그래서 당시 현장의 기억을 후반부 연기할 때 많이 유지했던 것 같다. 선배 연기는 테이크마다 다른데 그걸 보면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다. 극의 흐름을 더 나아지게 하는 즉흥성이고, 극 전체를 생각하는 그런 즉흥성이었다.

    ▶ 하정우와 '아가씨'에서는 계속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몇 번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촬영장 외부에서 만났을 때 이번 영화와 관련해 나눈 이야기가 있을까.

    - 원래 내가 찍지 않을 때도 촬영장을 놀러 가려고 했는데 스케줄이 진짜 맞지를 않았다.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어제가 (김)윤석 선배 마지막 인터뷰라 밥먹고 헤어졌다. 오늘 인터뷰에서 보니 하정우 선배는 회식 자리를 주최하고 빨리 간다고 하던데…. 나도 회식 자리는 많이 가려고 노력한다. 선배님들 이야기 듣는 자리인데 얼른 경험이 많아져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물론, 듣는 것도 재미있다.

    영화 '1987'에서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홀로 하는 감정 연기도 많았고, 유해진처럼 애드리브가 강한 배우와 계속 붙어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성장하거나 느낀 바가 있는지 알고 싶다.

    - 난 일단 주어진 걸 열심히 하지만 즉흥적인 것에는 약하다. 그러나 거기에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노력한다. 상대방이 있는 연기가 가장 행복하다. 홀로 하는 감정 연기는 정말 있는 기억, 없는 기억 다 떠올리면서 어떻게든 그 감정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이건 정말 한계다, 표현할 수 없는 경지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영화가 나온 걸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이겨나가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지금까지 큰 작품에서는 박찬욱 감독과 장준환 감독, 이렇게 두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두 감독을 비교하기보다는 직접 겪어보니 어떤 점에 있어서 달랐는지 궁금하다.

    - 내가 인복이 좋아서 정말 좋은 감독님들을 만났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박찬욱 감독님은 좀 더 친구같은 느낌이었다. 작품적으로는 설계자 느낌이 더 많았다. 많은 것을 준비해놓고 틀 안에서 완벽하게 재단한 것대로 밟아가는 느낌이었다. 장준환 감독님은 즉흥적이기도 하고, 뭐 하나를 붙잡으면 끈질기게 계속 하신다. 현장에서 많이 찾아 나가는 스타일이신 것 같다. '1987'은 감독님이 정말 열심히 만드신 것 같아서 진심을 다해 감동했다.

    ▶ 본인이 실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 그런 영화들은 지금 이 순간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가 참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왜 지금 만들어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면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1987'은 2017년의 우리들을 만날 때까지 많은 부분이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이런 영화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나라는 사람이 연출을 하게끔 된 이 상황이 기적같다는 감독님 말처럼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고, 또 올해가 열사님들 30주년 추모의 해니까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1987'에서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에 직접 나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심경으로 발걸음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나.

    - 나는 약간 자기만족의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이 사태에 분노하니까 나가서 싸우겠다는 마음보다는 가만히 집에만 있기에는, 친구들과 놀고 먹기에는, 영화를 보거나 쉬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나갔다. 추우니까 마스크까지 쓰고 꽁꽁 싸매고 나가는데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극단 선배님들 만나면, '선생님! 저 태리에요!' 이러면서 인사하고 그랬다.

    ▶ 여성 팬들이 상당히 많을 뿐 아니라 팬들이 굉장히 많은 배우들 중에 하나다. 예전에 인간 김태리와 배우 김태리 사이에 간극을 잘 맞추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요즘도 그런 생각을 하나.

    - 그건 영화 '아가씨'의 팬층이 두터워서 생긴 사랑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지나봐야 알지 않을까. 이게 거품인지 아닌지는…. (웃음) 그냥 민망하고 그런 게 있다. 쉽게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님을 만난 게 그렇다.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이 길로 들어선 것이 과연 내 수준에 맞는가, 그런 생각도 한다.

    ▶ 현재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리틀 포레스트'를 촬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 부탁한다.

    - '도깨비'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시기가 맞지를 않았다. 이번에는 시기가 잘 맞아서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아직 이병헌 선배님은 만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기대되는 부분이 큰 것 같다. 연기를 정말 잘하시고, 함께 호흡하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잠을 못자면 죽는데 그게 많이 걱정이 된다. 원래 눈에 띄는 것을 많이 부끄러워한다. 드라마가 끝나면 거대한 파도가 밀려들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하다.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훨씬 그런 파급력이 강하다고 하더라.

    ▶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갈 계획 같은 것도 있나.

    - 영화는 너무 호러만 아니면 장르 가리지 않고 다 본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면 내가 소위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를 한다. 최근에 본 무서우면서 재미있었던 영화는 '파라노말 액티비티'였던 것 같다. 아, 그것도 마지막 장면을 못 봤는데 재미있다고 말을 하고 있다. (웃음) '장화, 홍련' 정도는 잘 본다. 여행은…아마 더 괴로워지면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짜게 될 것 같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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