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왔는데...' 넥센은 홈런왕 박병호의 복귀와 에이스급 투수 로저스, 초고교급 신인 안우진의 가세로 올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안팎의 일로 시끄러운 시즌도 예상된다.(사진=넥센)
'영웅 군단' 넥센이 격동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리그 최강 홈런왕의 복귀와 에이스급 투수, 초고교급 신인의 가세라는 호재도 있지만 그 신인의 폭행 전력 논란과 채태인을 중심으로 한 트레이드설에 휘말려 있다.
넥센은 지난해 69승73패2무, 7위로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해 이룩해놓은 강팀의 이미지가 흔들렸다. 최근 몇 년 동안 빠져나간 핵심 전력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2014, 2015시즌 뒤 각각 강정호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했다. 각각 40, 50홈런에 100타점 이상을 해줄 수 있는 강타자들이다. 또 2015시즌 뒤에는 특급 마무리 손승락과 골든글러브 외야수 유한준이 각각 롯데, kt로 이적했다. 그럼에도 2016년 PS에 나서며 저력을 보였지만 지난해 더는 버티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을 앞두고 낭보가 들려왔다. 4번 타자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계약을 포기하며 복귀를 선언한 것. 2014, 2015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날린 박병호의 가세는 넥센 타선의 장타력에대한 아쉬움을 단숨에 씻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화려한 MLB 경력의 우완 에이스도 가세했다. 한화에서 2년 동안 뛰었던 에스밀 로저스를 구단 역사상 외인 최고액인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데려왔다. MLB 통산 210경기 19승22패를 거둔 로저스는 2015년 후반기 한화에서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ERA) 2.97의 빼어난 성적을 낸 바 있다.
넥센 역대 최고액 외인이 된 에스밀 로저스.(자료사진=넥센)
물론 로저스는 2016년 팔꿈치 부상으로 6경기 2승3패 ERA 4.30에 그친 뒤 한화에서 방출됐다. 그러나 그해 7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뒤 1년을 재활했고, MLB 워싱턴 산하 트리플A 팀에서 7경기 3승2패 ERA 3.18로 부활 가능성을 보였다. 6년 동안 넥센에서 뛴 앤디 밴 헤켄의 뒤를 이을 에이스다.
고교 최대어로 꼽히는 대형 신인 안우진도 합류했다. 193cm의 우완 안우진은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슬라이더, 경기 운영 능력까지 즉시 전력으로 꼽힌다. 넥센이 구단 역대 최고액인 6억 원의 계약금을 안긴 이유다. 4번 타자와 에이스, 초특급 신인까지 2년 만의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적잖은 넥센이다. 안우진이 휘문고 시절 폭행 사건에 연루된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우진은 교육청과 경찰, 대한야구소트프볼협회의 진상 조사를 거쳐 교육청 징계와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아마추어 경기에만 해당되는 징계였다. 고교 시절 사건인 만큼 KBO로서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안우진이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일부 매체와 인터뷰에서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야구를 열심히 하겠다는 발언이 부각되면서다. 넥센은 안우진에 대한 출장 정지 등 자체 징계를 검토 중이다.
넥센 역대 최고액 신인 안우진.(자료사진=넥센)
여기에 넥센은 채태인의 트레이드 태풍을 앞두고 있다. 넥센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채태인을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롯데에 내준다는 내용은 이미 파다하게 퍼졌다. 채태인 외에 포수 등 롯데의 취약 포지션 선수까지 대형 트레이드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선수단이 동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넥센은 또 강정호의 복귀라는 잠재적인 뜨거운 감자도 안고 있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음주 사고 뺑소니'로 미국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뛰지 못했다. 올해도 취업 비자 발급이 어렵자 피츠버그 현지 언론들은 강정호와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보도를 잇따라 전하고 있다.
물론 강정호는 KBO 리그 정상급 타자다. 그러나 음주 운전 전력이 3차례나 있는 만큼 넥센에 복귀한다면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복귀가 결정된다 해도 최소 72경기 이상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야 한다. 일단 2018년은 팀에 전력이 되기보다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 트러블 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12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미국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그럼에도 2018년의 넥센은 주목해야 할 팀이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를 비롯해 서건창 등 테이블 세터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이었던 박병호의 가세는 득점력을 크게 끌어올려줄 전망이다. 또 로저스가 건강을 유지해준다면 10승 이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 둘이 팀 투타 안정을 잡아준다면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던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
감독들도 넥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모 감독은 "원래 넥센은 국내 선수들이 좋은 데다 박병호까지 가세해 예전의 파괴력을 되찾을 수 있다"면서 "올해 가을야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부임 첫 시즌 시행착오를 겪은 장정석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경험이 쌓였다.
팀의 확실한 플러스 요인과 예상치 못한 변수가 혼재돼 있는 넥센. 과연 영웅 군단이 올 시즌 악재를 극복해 2년 만의 가을야구 무대에 나설 수 있을까. 일단 어수선할 시즌 초반을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