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형처럼 재단 키워야죠' 지난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승엽은 20주년을 맞은 박찬호 장학재단처럼 야구 유망주들을 키우겠다는 야구 인생 제 2막의 꿈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선 이승엽(왼쪽부터)이 이종범, 박찬호 등 선배들과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국민 타자' 이승엽(42)이 야구 인생 제 2막의 시작점에 섰다. 일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로 프로야구를 널리 알리는 역할이다.
그러나 꿈은 더 원대하다. 자신의 이름을 건 야구 재단에서 나고 자란 후배 선수들이 KBO 리그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제 2의 야구 인생의 롤모델은 선배 박찬호(45)다.
이승엽은 16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2018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 조인식에 참석했다. 지난 12일 위촉된 KBO 홍보대사로서 첫 공식 행보였다. 이날 이승엽은 정운찬 KBO 총재, 올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신한은행 위성호 행장과 '2018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의 출발을 알렸다.
행사 뒤 이승엽은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왔고, 아주 큰 행사를 KBO 홍보대사의 첫 행사로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신한은행이 KBO를 위해 기꺼이 도움을 주는데 윈윈하는 기회로 보고 야구인으로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향후 이승엽은 KBO 행사에 참석하거나 야구장을 다니며 홍보대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승엽은 "프로야구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도록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같이 할 준비 돼 있다"면서 "야구장도 최대한 많이 다니면서 팬들과 교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승엽(오른쪽부터)이 16일 '2018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 조인식에 참석해 위성호 신한은행장, 정운찬 KBO 총재와 기념촬영을 한 모습.(사진=KBO)
KBO 홍보대사로서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승엽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바로 이른바 '이승엽 야구 재단'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후배들을 지원하고 양성하려는 목표가 있다. 야구에서 받은 사랑을 야구를 통해 보답하겠다는 평소 지론을 이루려는 것이다.
한창 재단 준비가 진행 중이다. 이승엽은 "재단의 사무국장, 이사, 감사 등 구성원은 마무리됐고 사업 계획도 다 짰다"면서 "이번 주 대구시청에서 심사를 받는 등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봐도 맑고 깨끗하고 잘 하고 있구나 평가를 들으려고 신중하게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롤 모델은 '박찬호 장학재단'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선구자인 박찬호가 운영해온 재단은 지난해 11월 재단법인 박찬호 장학회 제20회 꿈나무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을 열었다. 이승엽도 이 자리에 참석해 1억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박찬호(왼쪽)와 이승엽은 2011년 일본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자료사진=노컷뉴스DB)
이승엽은 "지난해 행사에 갔는데 재단을 통해 프로에 입성한 선수가 엄청 많아서 깜짝 놀랐다"면서 "서건창(넥센) 등이 장학금을 받고 프로가 됐는데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고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만약 내가 만든 재단에서도 그런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나온다면 굉장히 뿌듯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박찬호 선배처럼 그런 좋은 재단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배우고 뛰어야 한다. 이승엽은 "선수 때와 달리 2월에 훈련을 하지 않아 낯설어서 큰일이 났습니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계속 주위 분들을 만나서 조언도 구하고 있고, 인생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말씀을 많이 듣고 선수 때 느끼지 못했던 점들에 대해 좋은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이라며 배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큰 존재감을 발휘했던 이승엽. 야구 인생 제 2막의 출발점에 선 '국민 타자'가 또 다시 자신의 이름 석자를 한국 야구 역사에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