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논란에 기름을 붓게 된 걸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한국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남과 북의 올림픽위원회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까지 4자 간 회의를 열고 선수 22명 등 총 46명의 북한 선수단 파견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IOC가 발표한 ‘올림픽 한반도 선언(Olympic Korean Peninsula Declaration)’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북한 선수단의 세세한 내용이 담겼다.
‘올림픽 한반도 선언’에 따르면 올림픽 최초의 단일팀으로 역사에 남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기존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추가된 총 35명으로 꾸려진다. 다만 다른 참가국과 형평성을 위해 매 경기 22명의 참가 선수를 선발해 경기한다. 다만 이 22명에는 적어도 3명의 북한 선수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 회의가 끝난 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오늘은 ‘모두 함께’라는 올림픽 정신을 확인하는 위대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이 참가한다”는 내용을 전하며 “남북 단일팀 구성은 여자 아이스하키의 영광”이라는 르네 파젤 회장의 평가도 소개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이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결정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 구현’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선수들의 희생은 간과된 듯하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1998년 처음으로 대표팀이 구성됐지만 지금도 학교, 실업을 망라하고 어떠한 정규 팀도 구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학업과 생업도 포기한 채 구슬땀을 흘렸다.
아이스하키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애정을 쏟는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의 지원 덕에 힘겹게 꿈을 이어온 이들은 무섭게 성장했다. 그리고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많은 이들의 냉소와 무관심을 무릅쓰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위대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쉼 없이 얼음 위를 내달렸던 이들의 부푼 기대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대의'에 의해 꺾이게 됐다. 매 경기 최소 3명의 한국 선수는 고대했던 올림픽 무대를 밟을 기회를 잃게 됐다.
IOC와 4자 간 회의를 앞두고 정부 관계자는 수차례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올림픽 한반도 선언’에 의해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지휘봉을 잡게 된 캐나다 출신의 새라 머리 감독은 적어도 선수 선발 권한 만큼은 외부의 압력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12명의 북한 선수가 합류하고, 이들 가운데 최소 3명의 매 경기 출전이 규정되면서 감독의 선수 선발 권한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 측 감독이 전권을 갖고 최종 출전선수를 선발한다는 데 우리가 여러 차례 확인하고 북측도 양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정부 측 관계자의 발언은 ‘조삼모사’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