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 지도자의 운명이 엇갈렸다. 베트남을 결승에 올려둔 박항서 감독은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 그러나 한국 축구 대표팀의 김봉길 감독은 굴욕적인 역사를 쓴 지도자가 됐다.
김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중국 쿤산의 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대회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을 벌이고도 1-4의 완패를 당했다.
그야말로 굴욕적인 패배다. 한국 U-23 대표팀이 우즈벡에 패한 것은 이날 경기가 처음이다. 한국은 지난 2007년 3월 베이징올림픽 2차 예선에서 2-0으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8차례의 맞대결에서 7승 1무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현재의 U-23 대표팀은 뚜렷한 스타가 없는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즈벡전 패배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결과다.
또 다른 한국 지도자가 이끄는 베트남은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한국이 우즈벡에 패하기에 앞서 열린 경기에서 카타르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동남아 최초로 4강에 진출한 것에 이어 결승까지 오른 베트남이다.
대표팀의 선전에 베트남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국기를 흔들며 대표팀의 성장을 기뻐했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역사적인 승리에 길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보도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일원이었던 박 감독이 이번에는 베트남에서 비슷한 순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겸손함을 유지했다. 베트남 축구의 성장은 자신이 아닌 선수들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당연히 기분이 좋다. 그러나 아직 시합은 끝나지 않았다. 감독이 들뜬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에게 좋지 않다.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패배도 지켜본 박 감독은 "김봉길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후배 중 한 명이다. 아쉽고 안타깝다"고 걱정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제 우승까지는 단 한 경기. 박 감독은 잘 준비해 좋은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이 열정을 갖고 저와 함께 잘해주고 있다"며 "결승까지 왔다. 한 경기만 이기면 우승이다.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