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30일 시행되면, 신규 투자자들은 유입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사실상 막혔지만, 우회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다.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도입되면, 실명 확인을 전제로 신규 투자자들도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은행들이 일단 신규 계좌를 더 발급하진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신규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은행을 포함한 총 6개 은행은 30일을 목표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6곳 모두 가상화폐 거래소에 서비스를 제공할 지 여부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농협, 신한, 기업은행 3곳은 당분간 신규 고객에게 계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 하나은행 등 3곳은 아예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좌 제공 계획이 없다.
빗썸과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제공해왔던 농협은 당초 30일 실명제 서비스를 도입한 뒤 신규 계좌도 발급 예정이었지만 입장이 조금 변했다. 일단 기존 고객에 대해서만 계좌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업비트와 제휴하고 있는 기업은행, 빗썸·코빗과 제휴 중인 신한은행 역시 기존 가상계좌 이용자 가운데 거래 실적이 있던 고객에 대해서만 실명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더욱 신중 모드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은 완료했지만, 시장에 제공할지 여부는 현재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면서 "원래도 제휴를 맺지 않았는데, 당국의 규제가 삼엄한데 굳이 지금 뛰어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은행들이 이처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통한 신규 계좌 발급에 주저하는 이유는, 당국이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자율'이지, 사실상 계좌를 갖고 있는 은행을 틀어쥐고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자들을 관리하겠다는 차원이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신규 고객을 받는 것은 은행의 자율적 판단"이라면서도 "엄격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서 신규 회원이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은행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른 본인 확인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은행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말만 알아서 하라고 한 거지, 사실상 한 은행이 먼저 신규 회원을 받는다고 했다가 당국이 제대로 가이드라인을 지켰나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본보기가 되지나 않을까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신규 계좌 발급을 꺼리자, 투자자들은 '신규 유입이 불가능한게 아니냐'며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업비트 등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가 24일 '모든 신규 회원 가상화폐 입금 재개' 공지를 띄우며 상황은 급변했다.
'우회적'으로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업비트는 공지를 통해 "업비트 모든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입금 주소 생성 및 입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원화 가상계좌 발급과 입금은 할 수 없지만, 일부 가상화폐를 통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하려는 투자자 A씨는 본인 실명 인증을 통해 원화 입금이 가능한 일부 거래소에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이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한 뒤 가상화폐를 사서 코인 지갑 등에 넣어뒀다가, 업비트 등 가상화폐 입금 및 거래가 풀린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신규라고 해봐야 기존 타 거래소 회원들이 대부분인 것 아니냐"며 "은행들이 신규 발급을 해주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 섞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