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처 입었는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실수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노선영(왼쪽)이 러시아의 선수 2명이 올림픽에 나서지 않음에 따라 극적으로 출전권을 거머쥐게 됐다. 그러나 이미 더는 태극마크를 달지 않겠다고 밝힌 터라 올림픽 출전 여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실수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던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29·콜핑팀)이 극적으로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빙상연맹은 26일"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노선영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쿼터를 받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개인전 출전 자격을 획득해 1500m 종목은 물론 팀추월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노진규의 친누나인 노선영은 힘든 투병 생활 끝에 숨을 거둔 동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굵은 땀을 흘리며 평창올림픽을 준비했지만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빙상연맹의 실수로 결국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노선영은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고 연맹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선영의 극적인 올림픽 출전은 러시아 선수단의 변화 때문이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이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s from Russia)라는 이름을 달고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169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종목에 예카테리나 시코바, 율리아 스코코바, 나탈리아 보로니나 등 3명이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명단에서는 나탈리아 보로니만 포함됐다. 나머지 2명의 이름은 없었다. 덕분에 이 종목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이 출전권을 거머쥐게 됐다.
개인 종목 출전 자격을 획득한 노선영은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와 함께 팀을 이루는 팀추월에도 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노선영이 빙상연맹의 무능함에 상처를 입고 더는 태극마크를 달지 않겠다고 밝힌 터라 상황은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