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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강동원 "할 수 있는 최선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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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 슬럼버' 강동원 "할 수 있는 최선 다했다"

    [노컷 인터뷰] '골든 슬럼버' 김건우 역 강동원 ①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골든 슬럼버'에서 김건우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4일 개봉한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는 강동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영화다. 준비에만 7년이 걸린 이 영화는, 강동원이 일본 원작을 보고 영화화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어느 날 '윗분'들이 짜 놓은 시나리오에 동원되는 무고한 소시민 김건우로 분해 영화 분량의 99%를 차지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나와 혹시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강동원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골든 슬럼버'가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된 언론 시사회가 열린 지 꼭 1주일 후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강동원을 만났다.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편하게 봤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제가 원하던 방향대로 나왔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지만 리듬감이나, 소소한 재미 이런 것들을 잘 살린 것 같다. 100억대 영화도 아니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 만족했다는 뜻인가.

    저는 뭐 재밌게 잘 봤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모르겠다. 만든 사람이라서 편하게 본 건지… 일단 영화가 별로면 불편한데, ('골든 슬럼버'는) 편하게는 봤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더 이상은 안 되지 않을까.

    ▶ 직접 영화화를 제안했을 만큼 특별히 애정이 깃들어서 그런 평이 나온 것인가.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제가 제안을 했으니까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되더라.

    ▶ 김건우는 요즘 세상에서 보기 힘든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사람이다. 묵묵히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사는 건강한 시민이다. 이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다고 했는데.

    저 스스로는 (제가)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제가 항상 하는 말도 (영화 안에) 있다. '좀 손해 보면 어떠냐' 하는 것.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의미 있게 가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 김건우는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왔다며 거기에 자기 명함을 꽂고 갈 만큼 순수한 사람이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나.

    제가 만약 똑같은 상황이어도 명함은 꽂아놓고 갈 것 같다. 남의 오토바이를 허락도 안 맡고 타고 왔지 않나. (그 장면은) 캐릭터를 설명하는 지점이었다.

    강동원이 맡은 김건우는 '골든 슬럼버'에서 모범 시민 표창을 받았을 만큼 선량하게 사는 택배기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밝고 긍정적이고 사람을 잘 믿는 캐릭터를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이 캐릭터는 이런 표정을 짓지 않을까 싶어서 설정을 잡고 가긴 했다. 걸음걸이, 뛰는 폼 이런 것들도. 그래도 자유로운 몸이고 풀려 있는 캐릭터라 어렵지는 않았다. 되게 정제된, 겹겹이 쌓여 있는 캐릭터들이 연기하기 힘든데 얘는 단순해서 괜찮았다.

    ▶ 언론 시사회 당시 본인이 김건우였다면 더 똑똑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건우였다면, 건우보다는 싸움을 잘했을 것 같다. 맞짱도 뜨고. (웃음) 물론 도망갔겠지만 좀 더 치밀하게 작전을 짜지 않았을까.

    ▶ 조직에 배신당한 전직 국정원 직원 민 씨(김의성 분)과 티격태격하는 사이로 나온 것도 재미있었다. 같이 연기한 소감은.

    투톱 영화는 아니니까 (김의성 씨 분량이) 길지는 않았지만 짧지도 않게 나왔다고 본다. '검은 사제들' 같이 했고, '1987'은 서로 찍는지도 모르는 채로 같이 찍었다. 그래서 이번에 되게 재밌게 찍었다. 끝나고 나서 친구 한 명까지 끼어 3명이 여행도 다녀왔다.

    ▶ 계속 도망 다녀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인랑'(김지운 감독의 신작)을 찍고 있어서 이건 고생한 것 같지도 않다. (웃음)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는데 감독님도 좋고 친구들도 좋았다. 제일 힘들었던 건 사람들 많은 데서 촬영하는 거였다. 너무 자주 그러니까. (웃음) 얼마 전에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님이 '하수구ㅋㅋㅋ' 이러고 문자가 왔는데, 자기가 한 번 (저를) 하수구에 넣은 적이 있는데 '또 들어갔냐'고 그랬다. 저는 (하수구에) 한 번 들어갔어서 좀 나았는데 (김)의성 선배님이 '이게 뭐야?' 하셨다. (웃음)

    ▶ 생각지도 못한 누명을 써 추적을 피해야 하고, 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그런 건 괜찮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힘들긴 했구나. (웃음) 지나서 잊혀지니까. 이거 찍고 '1987' 찍고 '인랑' 찍는 거라 (강도가) 점점 세졌다. 그래도 쉽지 않았던 것 같긴 하다.

    ▶ 1인 2역 연기도 했다. 해 보니 어땠나.

    1인 2역은 아마도 처음 해 본 것 같다. 작품이 20개 넘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웃음) 육체적으로 좀 힘들긴 했다.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나라서. 특수분장하는 건 재밌었다. 그 제안도 제가 하긴 했는데 원래 그냥 (제) 얼굴로 가는 게 어떻겠나 하다가, 너무 많이는 건드리지 말고 쌍꺼풀을 없애고 코를 좀 세우고 입에 뭘 좀 넣자고 했다. 그래서 코와 눈이 많이 달라 보였다. 풀 붙여서 쌍꺼풀을 풀었다. (* 강동원은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직접 자기 눈을 만져 쌍꺼풀을 풀어버리는 재연을 했다) 사람 얼굴에서 눈과 코가 중심이고 되게 중요하니 거기서 포인트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약간 부자연스러운 면이 섬뜩할 것 같았다. (사람들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보기 싫으면 안 본다는 설정, '세상은 이미지야'라는 (영화의) 의미와도 부합한다. 분명히 다른 데도 자세히 보면 다를 거다.

    김건우는 전 국정원 직원 민 씨(김의성 분)를 만나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간다. 강동원과 김의성이 모니터하고 있는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나온다. 무열(윤계상 분), 금철(김성균 분), 동규(김대명 분), 선영(한효주 분) 등등. 그 친구 중 본인과 가장 비슷한 사람은.

    저는 건우랑 제일 비슷하다. 어떤 때는 왜 이렇게 멍청하지? 싶을 때도 있다. 근데 모르겠다. 잘 살고 싶다. 치사하게 살고 싶지도 않고. 그러려니 한다. 죽으면 죽었지 진짜로, 그렇게 (나쁘게) 살고 싶지 않다.

    ▶ 친구들과의 우정이 두드러지게 된 이유는.

    감독님이 하신 거라… 그리고 여러 사람이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했다. 아마 감독님 생각이실 텐데 한국적인 정서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 혹시 각색 과정에서도 의견 제시한 게 있는지.

    아니다. 영화적으로만 판단했다. 리듬이 깨진다 싶은 것만 다시 시놉시스를 짧게 써서 보내는 정도였다.

    ▶ 건우의 도망이 주로 그려진 중반부까지는 몰입도가 높았는데 친구들 사이의 우정이 전면에 나오면서 좀 힘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어땠나.

    건우가 돌아오는 장치를 만들어야 했다. (저는) 분명히, 충분히 공감은 됐다. (위기가 닥쳤을 때) 무서워서 도망갈까 하다가도 정말 친구가 잡혀 오면 다시 돌아올 것 같다.

    ▶ 혹시 애드립으로 풀어낸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제가 애드립을 잘하는 편은 아닌데 꽤 있었다. 친구들이랑 노는 장면은 다 애드립이었다. 처음으로 다 모인 날, 대명이랑 성균이랑 저랑은 그나마 동갑이어서 친했는데 효주 씨랑 윤계상 선배님은 아직 서먹할 때였다. 밴드 악기 들고 공원에서 몰래 술 먹는 설정이었는데 윤계상 선배님이 저희 밴드 보컬이다 보니 (그걸 보고) 갑자기 애드립이 생각났다. (웃음) "야, 무열아 노래 한 곡 해 봐"라는 애드립이 생각났는데 차마 못 하겠더라. (웃음) 대명이한테 대신 말해 보라고 시켰다가 대명이도 절대 못 한다고 해서 결국 안 했다. (웃음) 너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못하겠더라.

    ▶ 대학생으로 나오는 장면도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대학생이 아닌데… (웃음) 효주 씨 빼고는 다들 너무 무리가 있어 보였다. 특히 윤계상 선배님이 반팔 티를 입었는데도 몸이 너무 좋으셔서 눈에 띄었다. 그런데 대학생이라고 하니까. (웃음) 이런 건 어차피 가볍게 재미로 가는 거라서 괜찮은데, 오히려 '1987' 같은 경우는 가능할까 싶었다. '내가 대학생을 한다고?' 하기로 다 얘기 끝난 뒤였는데도 괜찮을까 싶었다. 아쉬웠던 건 '골든 슬럼버'와 일정이 약간 겹쳐서 체중 조절을 좀 더 하지 못한 것이다.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밴드 협주 부분이나 녹음한 곡들이 많이 안 나와서 아쉽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음악감독님이 고생시켜서 그렇다. (웃음) 연기자들한테 노래 잘 안 시킨다고 하셨는데, '가리워진 길'도 그분이 시켰다. '검은 사제들'도 있고. 그리고 협주는 불가능하다. 각자 연습하고 촬영장에서 처음 맞췄는데, 영화는 영화고 실제로는 (그 연주를) 못 듣는다. 저는 원래 기타는 조금 칠 줄 아는데 대명이는 드럼을 처음 배우고 성균이는 키보드를 아예 못 쳐서 허공에 대고 쳤다. (웃음) 원래 베이스였는데 갑자기 키보드로 바꿔버려서 그렇게 됐다. 음악감독님이 뭘 자꾸 바꾸신다. 인터뷰에서 말하는 걸로 복수를 해야지. (웃음)

    ▶ 영화에서 건우는 밴드 동아리를 한다. 실제로는 어땠나.

    전 고등학생 때 방송반이어서 DJ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학 때 서클 활동은 배 타는 데라는데 요트 타는 건 전 한 번도 못 봤다. 조그마한 배를 한강에서 탄다고 하더라. 저는 술만 마시러 갔다. 그리고 제가 공대이다 보니 연합 동아리에 관심이 좀 가서… (웃음) 근데 활동은 거의 안 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더 하지도 못했다.

    ▶ 이번 작품에서는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혼자 힘으로 끌어가는 영화라 더 부담되지 않았는지.

    우선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나오니까, 연기가 너무 단조로우면 관객들이 지루할 것 같았다. 도망 다니는 중에도 코미디도 섞고 슬랩스틱한 면도 넣고 재미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안 그러면 영화 보는 내내 지겨우실 것 같았다. 제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노컷 인터뷰 ② 강동원 "사회 이슈에 관심, 친구들과 정치 얘기 많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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