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야, 울지 마!'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대 돌풍을 일으키며 선전을 펼친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 김영미(가운데)가 25일 스웨덴과 결승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내준 뒤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강릉=노컷뉴스)
'팀 킴(Kim)'의 위대한 여정이 마무리됐다. 불모의 땅에서 한국 컬링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팀 킴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김은정 스킵(28)과 김영미(27), 김선영(25), 김경애(24), 김초희(22)로 이뤄진 여자 컬링 대표팀은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3-8로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예선에서 스웨덴의 무패 행진을 꺾고 1위로 4강에 진출했던 대표팀이기에 놓친 금메달이 더 아쉬웠다. 경기 후 선수들은 스웨덴 선수들에게 축하를 건네며 눈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이미 한국 컬링 역사에 이정표를 남긴 대표팀이다. 예선에서 단 1패(8승)로 1위에 오른 대표팀은 2014 소치올림픽 때의 8위(3승 6패)를 훌쩍 넘었다.
특히 4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꺾으며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은) 확보에 이어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세웠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올림픽 컬링 결승에 오른 팀이 됐다.
팀 킴의 선전은 전국에 '컬링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안경 선배' 김은정이 외치는 "영미야!"는 국민 구호가 됐고, 그 친구인 리드 김영미는 전국의 수많은 영미들 중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됐다.
이들은 청소기 CF 영입 후보 1순위가 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회 기간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아 정작 국민적 관심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원봉사자들이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해서 인기를 조금은 실감하고 있다"고 말하는 '팀 킴'이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이 25일 오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웨덴과 결승전에서 투구한 뒤 지시하고 있다.(강릉=CBS특별취재팀)
인기는 세계로 퍼졌다. "모두 김 씨라서 자매인 줄 알았다"는 해외 언론들이 팀 킴의 돌풍에 매료됐다. 영국 유력지 타임은 "평창의 진짜 스타는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겸손한 한국 여자 컬링 선수들"이라면서 "우승을 위해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기에 슈퍼스타가 된 사실도 모르는 영웅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 여자 컬링은 어떻게 올림픽의 K-POP 스타가 됐나"라는 기사에서 팀 킴을 집중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올림픽 개막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팀이 K-POP 그룹처럼 팬들을 몰고 다니는 최고의 스타가 됐다"면서 "갈릭 걸스라는 애칭과 함께 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강릉컬링센터를 영웅의 무대로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한국 컬링은 소치 대회까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단 1팀만 출전했을 만큼 비인기 종목이었다. 그러나 '팀 킴'이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한국 컬링은 향후 발전의 든든한 동력을 얻었다.
이미 경북도는 지난 22일 컬링을 적극 지원하고 북부권에 동계스포츠 벨트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컬링은 물론 아이스하키, 피겨, 스케이팅 등 훈련과 국제경기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종합빙상장을 건립하는 장기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동계스포츠에서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이 다른 종목의 발전을 위한 토대까지 마련한 셈이다. 비록 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팀 킴'은 가장 위대한 여정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