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원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DB와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끝나고 DB 김주성과 KGC 사이먼(사진 우측)이 코트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그동안 함께 해서 정말 즐거웠어"
원주 DB 선수들은 9일 오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홈 경기에서 86-72로 승리한 뒤 코트 중앙으로 모였다. 동료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베테랑 김주성은 그 옆에서 상대팀 선수와 포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패한 팀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라커룸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KGC인삼공사의 외국인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은 코트에 남았다. 김주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그를 기다렸다.
사이먼은 한때 코트의 라이벌이었고 또 가까운 동료였던 김주성과 한 코트에 서는 마지막 경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선수가 후반 나란히 코트를 밟았을 때 사이먼이 먼저 다가가 김주성의 어깨를 툭 치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김주성은 경기 후 사이먼과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면서 그동안 함께 해서 즐거웠다고, 제가 너무 잘해왔다고 나를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주성은 "사이먼에게 나도 같이 농구를 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고 또 서로 정말 잘 맞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사이먼은 2010년 안양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KBL에 데뷔했고 2014년부터 4시즌 연속 KBL 무대에서 뛰었다. 국내 무대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 2014-2015시즌에는 원주 동부(DB의 전신)에서 김주성과 한솥밥을 먹었다.
김주성은 "(사이먼과 인사를 나눌 때) 조금 찡했다. 서로 정말 잘 맞았다.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눴고 도움을 많이 주고 받았다. 정말 애정이 깊은 선수다. 정말 좋은 선수다"라고 말했다.
김주성은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사이먼은 은퇴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시즌 KBL 무대에서는 볼 수 없다.
사이먼의 공식 신장은 203cm. KBL은 2018-2019시즌부터 장신선수의 신장을 최대 200cm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이먼이 말한 "마지막"에는 여러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