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된 틸러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랙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윗 한방으로 날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밤 10시 30분쯤(한국시간) 백악관 앞뜰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틸러슨 경질 이유를 사방에서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 등에서)나는 그와 생각이 달랐다. 나는 폼페이오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미 방송들은 이어 백악관과 국무부 출입기자들을 잇따라 연결하며 틸러슨의 경질 이유를 경쟁적으로 긴급뉴스로 다뤘다. 흥미로운 것은 앵커도 백악관 출입기자도,국무부 출입기자도 모두 서두에 "충격적,충격적(shocking. shocking)"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언급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 사퇴설은 워싱턴은 물론 서울 외교가에서조차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해고 방식'은 과거 패턴과 완전히 다른 상상하기 어려운 형식으로 이뤄져 놀라움은 더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 등에서 의견이 달라 틸러슨 장관을 잘랐다고 밝혔지만, 폼페이오 새 국무장관 지명자의 등장은 거의 북한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미 언론과 조야의 정설이다.
돌아보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미 국무장관을 교체시켰다고 해석해도 사실과 부합한 것이고 절대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아니었다면 틸러슨 장관 교체가 이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폼페이오 지명자에 대한 인준은 상당히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가 의원출신이고 이미 CIA국장때 인준 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도 인준과정에서 '의원 프리미엄'이 존재한다고 한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사진=AEI 유튜브 영상 캡처)
폼페이오의 최우선 현안은 북한때문에 교체됐기 때문에 당연히 '북미정상회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미국내 실무라인에서 북핵문제에 정통한 인사가 없고 폼페이오가 '대북 매파'여서 한 손에 군사옵션을 쥔 채 북한과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신뢰를 받고 있기때문에 북미협상이 가속화되고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매사에 신중한 틸러슨과 달리 폼페이오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을 뿐만아니라 트럼프 정책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슬로건인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소원했지만, 폼페어오는 대통령의 뜻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지금은 폼페이오가 '매파'라는 사실이 중요한 시점이 아니고, 그가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담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북핵이 미국 외교의 최우선 정책이 됐고 이를 해결하려면 트럼프의 손발이 되는 국무장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북한이 틸러슨의 '대화구애'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북한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아직까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을 뿐아니라 폼페이오 새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이에대해 "북한이 왜 틸러슨 장관의 '애절한 대화구애'에 응하지 않았는지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틸러슨과 대화를 나눠봐야 별무소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괜히 틸러슨과 대화를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비토'를 해버리면 체면만 구긴다는 사실을 무척 우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외교가는 '도대체 트럼프 행정부의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하는지'가 하나의 화두였다.
지난 2월 유럽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회의인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고위 외교관들은 맥매스터 등 트럼프 참모들을 앞에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믿어야 할지, 참모들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심지어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무엇을 보고 미국을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 행동이냐, 말이냐, 트윗이냐"고 다그쳤다.
이런 면에서 폼페이오 등장은 북한에게 절대 '나쁜 카드'가 아니다. 오히려 북한에게 흡인력을 더 높여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