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네…' 미국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에서 '투타 겸업'에 도전하는 오타니 쇼헤이.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적응이 순조롭지 않다. (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 과정이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만큼 시끌벅적했던 선수도 없을 것이다. 일본프로야구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도 투타 겸업을 하겠다는 자신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단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하는 등 이색적인 발자취를 남기며 화려하게 미국 무대에 입성했다.
미국의 주요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일본 출신의 오타니 쇼헤이를 2018시즌 가장 주목할 유망주로 손꼽았다. 일본에서 시속 160km대 강속구를 던졌고 홈런도 많이 때린 오타니 쇼헤이의 기대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다.
적어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오타니 쇼헤이는 리그 개막을 앞두고 투타 양면에서 혹독한 미국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다음은 오타니 쇼헤이의 2018시즌 시범경기 성적이다.
타자 오타니 - 타율 0.083(24타수 2안타), 출루율 0.214, 장타율 0.083, 1타점, 홈런없음
투수 오타니 - 1패, 평균자책점 27.00, 2⅔이닝 9피안타(3홈런) 9실점(8자책), 5탈삼진
오타니 쇼헤이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7번 지명타자로 출전, 4타수 무안타(2삼진)에 그치면서 시범경기 타율은 1할대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 17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으니 1⅓이닝 7피안타(2홈런) 7실점 난조를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오타니 쇼헤이의 부진이 계속되자 미국 일부 매체는 "그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반응이다.
오타니 쇼헤이는 시범경기를 통해 미국 야구에 적응하고 있다며 극심한 부진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19일 MLB닷컴을 통해 "나는 나 스스로를 믿는다. 매일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몇 경기를 치르면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내 스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파울을 나오면 안되는 공이 파울이 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잘 모른다. 처음 상대해보는 선수들이다. 그들이 어떻게 공을 던지는지 어떤 루틴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며 타격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에인절스의 명장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여전히 오타니 쇼헤이의 전폭적인 지지자다. 텍사스전 막판 오타니 쇼헤이가 투수와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며 "오타니의 마지막 타석은 그가 도달해야 할 수준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 오타니에 대해서는 "우리는 다른 시각으로 그를 보고 있다"며 평균자책점과 같은 1차 스탯이 아닌 보다 세분화된 기록으로 오타니를 평가하고 있다며 그를 감싸안았다.
오타니 쇼헤이는 시범경기 초반 현역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맞붙어 삼진을 당했다. 커쇼는 절묘한 커브로 오타니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경기 후 커쇼가 직접 참석했던 다저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떠올리며 "시간 낭비였다"고 말했다.
오타니 쇼헤이의 기량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 구단 쪽으로 일찌감치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며 다저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의미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커쇼의 발언은 크게 주목받았다. 오타니 쇼헤이는 마치 스프링캠프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워낙 시끌벅적하게 메이저리그에 입성했기에 그를 향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고 바라보는 시선은 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오타니 쇼헤이는 언제쯤 새로운 무대에 대한 적응을 마칠까. 자신의 믿음대로 잠재력이 발현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오타니는 오는 주말 또 한 차례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