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삼성전자가 다스(DAS) 소송비를 대납한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금 지원을 계속 요청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로 나타났다.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2008~2009년 당시 소송을 맡았던 애킨검프(Akin Gump)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당시 이학수(72) 삼성전자 고문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계속 도와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BBK투자자문을 상대로 투자금 140억원 환수 소송을 벌일 때 "이자까지 받아내라"며 모두 196억 8250만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하는 데 직접 관여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지금까지 숱한 의혹을 불러왔던 다스가 자신과는 무관하다던 이 전 대통령의 발언과 명백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당시 소송비는 삼성전자가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하반기, 김석한 변호사를 이학수 고문에게 보내 삼성 소송비를 대신 납부해줄 것을 요청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이 고문 역시 이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도 통과했고, 여론 지지율도 압도적으로 높아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으로 판단, 이건희(76) 삼성전자 회장의 승인을 받아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당시 '삼성 비자금 특검' 등 앞으로 불어 닥칠 풍파를 사전에 대비하겠다는 삼성 측 전략이 깔려있었다고 검찰은 봤다.
실제 소송비 대납이 시작되고 이듬해인 2008년 1월 삼성 비자금 특검이 출범했다. 이는 삼성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 로비자금 등에 사용됐다는 의혹에서 불거진 사건이었다.
2008년 4월 삼성 비리의혹의 정점에 서있는 이건희 회장이 서울 한남동 삼성 비자금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기다리던 취재진들의 질문에 짧게 답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이 회장은 그 책임으로 그해 4월 기소돼 2009년 서울고검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마저도 4개월 뒤 '원포인트' 사면돼 이듬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다스 소송비를 지원받은 이 전 대통령의 대가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 전 대통령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2년 상반기 삼성이 애킨검프에 송금한 자금 중 남은 돈마저 착복하려고 했다. 그러나 김석한 변호사가 "적립된 돈이 없으니 줄 수 없다"고 해 무산됐다.
이처럼 삼성으로부터 다스 소송비를 대납 받은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4년간 67억7000만원 상당을 뇌물로 수수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