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찜했어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특급 신인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kt 외야수 강백호.(자료사진=kt)
올해 프로야구는 신인들이 풍성한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이른바 '베이징 키즈'가 KBO 리그를 밟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대형 신인들이 나오고 있다. 11년 만의 2년 연속 순수 신인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마무리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는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차 전체 1, 2순위 강백호(kt), 양창섭(삼성)과 롯데 1차 지명 신인 한동희 등이다.
아직 정규리그의 뚜껑이 열리기 전이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바람의 손자' 돌풍을 일으키며 신인왕에 오른 이정후(넥센)의 뒤를 이를 재목들이다.
먼저 강백호는 입단 전부터 투타 겸업 여부로 화제를 모은 선수.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일단 타자로만 뛰기로 결정했고, 시범경기에서 자질을 보였다.
6경기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볼넷도 4개나 골라 4할5푼5리의 높은 출루율을 보였고, 득점권 타율도 4할이었다. 18일 롯데전에서는 끝내기 안타까지 날렸다.
롯데의 약점인 3루수 자리를 훌륭하게 커버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동희.(자료사진=롯데)
강백호와 함께 청소년 대표팀 주포로 활약한 한동희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2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2루타 2방에 장타율도 5할이었다.
그동안 롯데의 약점이던 핫코너의 주인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수비에서도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181cm에 99kg의 듬직한 체구로 팀 선배 이대호를 잇는 거포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투수 중에는 우완 양창섭이 돋보인다. 양창섭은 시범경기 2번 등판해 평균자책점(ERA) 1.29로 전체 3위에 올랐다. 7이닝 동안 5피안타 6탈삼진 볼넷 1실점의 성적. 볼넷이 많은 게 흠이지만 피안타율이 2할, 이닝당 출루허용도 1.57개에 불과했다.
아직 시범경기라 최고 구속은 145km 내외였다. 그러나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변화구와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높였다. 삼성에서는 4선발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양창섭이 20일 NC와 시범경기에서 역투를 펼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만약 이들 중에서 신인왕이 탄생한다면 지난해 이정후까지 2년 연속 '순수 신인왕'이다. 지난해 이정후는 2007년 임태훈(당시 두산) 이후 10년 만에 입단 첫 시즌 신인왕에 올랐다. 2년 연속 순수 신인왕은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현 LA 다저스), 임태훈까지 11년 만이다.
임태훈 이후 9년 동안은 모두 이른바 '중고 신인왕'이었다. 입단 뒤 2군에서 경험을 쌓거나 경찰 야구단이나 상무 복무 이후 1군에서 주축이 돼 신인왕에 오른 경우였다. 2010년 양의지(두산), 2012년 서건창(넥센), 2015년 구자욱(삼성) 등이다.
그만큼 프로의 벽이 높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입단 첫 해부터 리그에서 통할 재목들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류현진, 임태훈 당시는 이른바 '박찬호 키즈'가 많았다. 2007년 특급 신인으로 꼽힌 김광현(SK)도 2008년 정규리그 MVP로 뽑혔다. 이후 중고 신인들의 득세는 그만큼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야구로 오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10년 정도 시간이 흘러 특급 신인들이 바야흐로 쏟아질 태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보고 야구로 뛰어든 세대들이 자라나 프로 무대를 밟는 것이다. 강백호와 양창섭, 한동희에 곽빈(두산) 등이다.
재능 있는 신인들은 그야말로 KBO 리그의 젖줄이다. 좋은 신인들이 나와야 리그에 건강한 경쟁이 생겨 수준이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중고 신인왕'도 의미가 있지만 어쩌면 한국 야구의 근간인 학원 야구가 탄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정후를 능가할 만한 재능을 가진 신인들이 즐비한 2018년 프로야구. 과연 올해 11년 만의 2년 연속 순수 신인왕이 배출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