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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단계별조치 VS 美 일괄타결…다르지만 같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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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단계별조치 VS 美 일괄타결…다르지만 같은 의미

    북미 정상 첫 만남…초기 수준높은 조치에 주목해야
    과거 北 살라미 전술에 천착해 北美 강대강 접근 논리 맞지 않아
    김정은 의도 충분히 감안해 美中에 설명…지나친 비관론 경계
    중국 등판은 우리 정부 중재역할 보완 가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CCTV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놓고 한달 남칫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현재의 진행 경과가 과거 6자 회담 실패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미국과 북한 모두 그 어느 때보다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북미간 비핵화 논의 초기 이행 조치가 얼마나 수준높게 설정되는 지에 따라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과 미국이 상정한 일괄타결 방식이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 '北 살라미 전술' 비관론 대두…靑 경계론

    김정은 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해결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북한이 과거 되풀이한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국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가장 진전된 형태의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인 9·19 공동성명(2005년)과 그 이행 조치인 2·13 합의(2007년), 2·29 합의(2012년)가 북한의 일방적인 파기로 실패했고, 대신 북한의 핵무력 완성으로 이어졌다는 게 주된 논리다.

    일부 보수 언론은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보상만 챙기고 판을 깨는 기만전술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가를 요구하고 나왔다'고 보도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이라는 일괄타결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지는 않고, 북미 모두 현저한 입장차를 인지하는 만큼 이를 절충하는 수준에서 회담 테이블이 세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며 "북미 모두 비핵화에 따른 성과물들을 이미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판 자체를 깨기보다는 결과물 도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이란과 리비아식 해법이라는 일괄타결 방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일부에서 보고 있지만 북핵 문제는 좀 다르다"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핵운반체인 ICBM을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 폐기할 지에도 미국의 관심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북한의 시간벌기용으로 단순 치환해 미국의 일괄 타결 방식과 크게 다르다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전제조건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 정상회담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과 인류를 위해 바른 일을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만남을 기대한다"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결국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이견 조율의 장(場)이 될 것을 미국도 잘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논의를 위해 만난다는 것 자체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핵화 의지가 있는 양국 지도자가 큰 틀에서 합의한 뒤 실무적인 협의를 이어가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파격적인 것은 물론, 이전과 다른 접근법이라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과거실패 반복 없다"는 지나친 세분화 접근 안하겠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을 놓고, 보상만 챙기고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 전인 2005년에 도출된 '행동 대 행동' '공약 대 공약' 합의가 핵물질 생산의 단계적 폐기 조치였다면, 이번에는 북한과 미국 정상이 처음 만나 진지하게 비핵화 논의에 임하면서 궁극적인 핵폐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통큰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한 뒤, 미국과 중국으로 날아가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미국 역시 리비아식 핵폐기 등 일괄타결만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란 긍정적 기대로 녹아있다.

    남북 정상회담 자문위원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입장은 단계적으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더라도 과거처럼 너무 쪼개거나 점증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초기 단계에서 북핵 문제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서로 교환하자는 방식이기 때문에 과거와는 맥락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핵폐기 상응 조치를 좀 수준높게 제시하면, 북한도 핵폐기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우리 정부도 그런 부분들에 대해 가능하다고 판단해 미국과 중국에 가서 충분히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초부터 남북-한미-남북미 중심으로 진행됐던 한반도 비핵화 논의 주요 도로에 '차이나 패싱'을 우려했던 중국이 '비상 깜빡이'를 켜고 급하게 들어온 것 역시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더욱 속도를 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보장이 이뤄진다면 결국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중국이 종전협정 당사자로 재등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줄다리기 협상에 우리 정부의 '중매 외교'가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고, 중국이 북미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할 경우 우리 정부의 노력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셈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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